MSD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ESMO에서
유방암 수술 전후요법 '키노트-522' 발표
'표적치료' 타깃 없는 삼중음성 유방암
치료 어렵고, 예후도 공격적
키트루다 활용 시 생존율 향상 관찰
MSD의 블록버스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그동안 치료제가 없었던 특이 유방암에 대한 치료 효능을 입증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피터 슈미드 영국 런던 바츠암재단 교수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2024 유럽종양학회(ESMO) 셋째 날인 15일(현지시간)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에 대한 선행항암요법으로서 키트루다 및 항암화학요법 및 수술 후 보조요법: 임상 3상 키노트(KEYNOTE)-522 연구의 전체 생존 결과'에 대한 발표에서 "이번 연구 결과는 해당 요법을 고위험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의 표준치료로 쓸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유방암 치료에서 키트루다의 우수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번 연구 대상이 된 삼중음성 유방암은 현재 유방암 표적치료의 주요 타깃으로 쓰이는 인간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HER)2, 에스트로겐 수용체, 프로게스테론 수용체 등 세 가지 수용체가 모두 나타나지 않은 경우를 뜻한다. 즉 표적항암제 및 호르몬 치료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환자들이다.
이 때문에 삼중음성 유방암은 치료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암의 진행까지도 공격적이라는 평가다. 현재 유방암은 국소 단계에서는 환자의 99%, 다른 부위로 전이되는 수준까지 치닫더라도 31%가 5년 이상 생존하는 암이다. 하지만 삼중음성 유방암의 경우 이 비율이 각각 91%, 12%로 떨어진다.
게다가 삼중음성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 중 15~20%에서 나타나는데 폐경기 전의 젊은 여성층에서 발병 확률이 높아 50대 미만 환자 비중이 36.6%로 다른 유방암의 24.4%보다 높다. 상대적으로 저연령의 환자가 암에 걸릴 경우보다 더 긴 기간을 재발과 전이에 대한 공포, 치료 과정에 대한 불안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점에서 삶의 질이 저하될 우려가 큰 암인 셈이다.
이처럼 위험성이 높음에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던 삼중음성 유방암에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를 도입하는 시도가 나오면서 새로운 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키노트-522는 수술 전 키트루다와 항암화학요법을 병행해 2㎝ 이상인 고위험 환자의 종양 크기를 줄여놓고, 수술 후에도 키트루다를 추가로 투약해 더 높은 치료 효과를 끌어내는 요법이다. 이외에도 수술이 불가능한 재발성 또는 전이성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키노트-355까지 두 개의 요법이 국내에서도 효능을 입증받아 허가됐다.
이 중 키노트-522 요법은 이미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에서는 고위험 조기 삼중음성 유방암 환자 치료를 위한 최우선요법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2022년 7월 승인 이후 2000명 이상이 해당 요법으로 치료받았음에도 아직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해당 요법의 첫 전체 생존 데이터 공개로 주목받은 이번 결과는 환자들을 최대 7년까지 관찰한 결과 키트루다군은 환자 784명 중 115명(14.7%), 대조군은 390명 중 85명(21.8%)이 사망했다. 이에 대한 위험비는 0.66으로 키트루다를 함께 사용할 경우 환자의 사망 위험을 34%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5년까지 관찰했을 때를 기준으로는 각각 13.4%와 18.3%가 사망했다.
이날 발표 중 주목받은 내용은 수술 후에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병리학적 완전 관해(pCR)가 나타나지 않은 환자에서 특히 키트루다 치료가 효과를 발휘했다는 점이다. 수술로 암이 사라진 환자의 경우 5년 생존율이 키트루다군 95.1%, 위약군이 94.4%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암이 다 사라지지 못한 환자에게서는 각각 71.8%와 65.7%로 상당한 격차가 나타났다. 다만 시험 설계상 수술 후 무작위 배정을 하지 않은 만큼 통계적 유의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발표 후 토론자로 나선 말린 콕 네덜란드 암연구소 박사는 "pCR이 나타나지 않은 환자의 경우 생존율 곡선이 키트루다 선행항암요법 여부에 따라 갈라지는 모습이 보였다"며 "면역치료를 활용하면 종양 미세환경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함께했던 박연희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조기에서 완치율을 훨씬 높이고, 비 pCR 환자에게서도 생존 기간 연장을 가져온 고정관념을 깬 연구"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이 요법은 투약 횟수가 정해져 있어 '효과가 좋을 경우 더 써야 하지 않느냐'는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선행항암요법을 해야 면역치료가 더 효과가 좋다는 건 의학적으로 증가가 있는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 교수는 이 요법의 지지부진한 국내 건강보험 급여화와 관련한 제언도 이어갔다. 그는 "5년 OS 결과까지 나온 이상 나올 데이터는 다 나왔다"며 "삼중음성 유방암의 치료는 젊은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고, 재발하지 않음으로써 사회적으로 경제인구를 계속 재생산할 수 있는 등 국가 재정을 아낄 수 있다"며 급여 적용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특히 "4기 암 환자 치료는 투병하며 살게 하는 것이라면 조기 치료는 완치시키는 것"이라며 "조기이기 때문에 안 된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바르셀로나=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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