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승객 정보 시스템 내년 9월 본격 실시
홍콩 당국이 ‘바람직하지 않은 승객’의 홍콩행 항공기의 탑승을 막는 제도 시행에 나선다. 이 정책을 두고 외신기자와 인권운동가 등은 홍콩 당국이 자신들에게 불편한 인사들의 입국을 손쉽게 막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는 6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인용해 지난 3일 홍콩 이민국(입경사무처)의 '사전 승객 정보 시스템'이 100여개 항공사와 연계해 2025년 9월 1일 완전히 시행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홍콩행 항공기 체크인 과정에서 홍콩 이민국에 승객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이민국은 이 정보를 받아본 뒤 즉시 ‘바람직하지 않은 승객’으로 판단한 승객에 대해 탑승을 거부하도록 항공사에 지시한다. 100여개의 항공사가 ‘사전 승객 정보 시스템’에 협력했다.
RFA는 이 시스템이 외국 기자들과 국제단체 회원, 인권 운동가 등 홍콩 당국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여기는 인물의 홍콩 입국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홍콩은 약 170개 국가 여권 소지자들에게 7∼180일 무비자 여행을 허용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달 중국에서 국가 안보 위협 혐의로 1년간 구금됐다가 풀려난 미국 블룸버그 통신 소속 중국인 기자에 대해 비자 발급을 거부한 바 있다.
홍콩 당국에 수배령이 내려진 해외 망명 인권운동가 안나는 RFA에 해당 조치가 외국 기자들과 국제단체 등 홍콩 당국이 종종 ’적대적 외국 세력‘으로 간주하는 이들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전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마야 왕 부국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승객‘에는 싱크탱크 직원이나 민주 활동의 후원자, 반체제 인사로 알려진 이들의 가족과 친구도 포함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해외 망명 사업가 엘머 위앤씨는 "홍콩의 쇠퇴하는 권리와 자유에 대해 말하려는 누구라도 해당 시스템의 타깃이 될 수 있다"며 "홍콩 당국은 심지어 중국 본토보다도 더 엄격히 이를 시행할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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