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뉴스속 용어]너, 내 반려가 돼라! ‘펫록’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13초
언론사 홈 구독 뉴스듣기 글자크기

1970년대 미국서 유행
술집서 던진 농담이 상품화돼
장시간 노동에 지친 한국인의 위안거리로 주목

“만약 무인도에 간다면, 가져갈 물건 3가지는?”


누구나 한 번쯤 듣고 고민해본 질문이다. 어떤 사람은 생존 도구 위주로만 고른다. 자신의 반려동물을 곁에 두려는 사람도 있다. ‘펫록(애완돌)’이라면 어떨까. 반려(伴侶)될 대상이 무생물이지만, ‘반려 무생물’은 그리 생소한 일은 아니다. 영화 ‘캐스트 어웨이’에서 톰 행크스가 배구공인 ‘윌슨’을 말벗 삼아 외로움을 달랜 것처럼 말이다.


‘펫록(Pet Rock)’은 반려동물처럼 키우고 옷을 입히는 등 관리하는 애완돌(반려돌)을 말한다. 배우 임원희씨가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의 펫록인 ‘돌돌이’를 소개해 화제를 모았다. ‘돌팔이’ 업체도 등장했다. 국내의 한 편의점 업체는 이색상품으로 '펫스톤'을 내놓고 사전예약 판매했다. 조경석 업체 직원이 애완돌을 씻는 인스타그램 영상은 900만회가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펫록은 과연 언제,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

[뉴스속 용어]너, 내 반려가 돼라! ‘펫록’ 게리 달과 펫록 [사진출처=AP]
AD

'펫록'의 역사는 1970년대 미국에서 출발한다. ‘게리 달(Gary Dahl)이란 사람이 고향인 캘리포니아 북부 마을 ‘로스 가토스'의 한 술집에서 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며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 토론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나는 애완용 돌멩이가 있다"라고 한 농담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에 착안한 게리 달은 예쁜 상자에 달걀 모양의 돌멩이와 관리 방법이 적힌 매뉴얼을 넣었다. 상자 겉면에는 ‘펫록’이란 글자를 새겼다. ‘돌팔이’는 성공했다. 이렇게 상품화한 펫록이 유행했고, 그는 많은 수익을 올렸다고 알려진다.


원래 한국에는 '수석(壽石)'이란 전통문화가 있다. 강이나 바닷가 또는 산에서 기이하게 생긴 자연석을 수집해 그 독특함과 기묘함을 즐기는 취미다. 이 취미에는 자연의 이치를 이해하려는 동양적 사상이 배어있다. 다만 주로 실내 감상용인 수석과 달리 펫록은 마치 살아있는 생물로 취급한다. 반려동물을 씻기고, 먹이고, 산책시키는 양육 행위가 펫록에 그대로 적용된다.

[뉴스속 용어]너, 내 반려가 돼라! ‘펫록’ 한 시민이 반려식물 사진을 찍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반려식물, 반려가전 등 ‘반려’란 단어를 붙이는 사례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 중요하고 친밀하다고 느끼는 사물을 표현할 때 ‘반려’란 단어를 쓴다. 한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배우 김승수씨는 임원희씨에게 인공지능(AI) 반려로봇인 ‘쪼꼬미’를 소개했다. 책 ‘반려공구’의 저자 모호연씨는 드라이버, 망치, 드릴, 톱과 같은 공구를 인생에 도움이 되는 친구이자 든든한 파트너에 비유했다.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장시간 노동 국가인 한국인들이 펫록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고 보도했다. WSJ은 과거 미국의 펫록 유행과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미국에서는 펫록이 일종의 장난처럼 유행했지만, 한국에서는 고요함과 정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김진국 고려대 교수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돌들은 변하지 않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