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자 관련 신고 지난해 약 100만건
살인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경우 多
#지난 18일 오후 10시30분께 서울 도봉구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흉기를 들고 술집 종업원들에게 위협을 가해 특수협박 및 재물손괴 등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술집 앞 테이블에서 소란을 피워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자 종업원들에게 흉기를 들고 "누가 신고했냐"고 따져 물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남성은 혐의를 인정하며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지난 4일 오전 7시50분께 서울 도봉구의 한 편의점에서도 술에 취한 50대 남성이 난동을 부려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이 남성은 직원을 향해 욕설을 하고 냉장고 음료수를 바닥에 내팽개치는 모습을 보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도 폭언과 욕설을 계속하며 편의점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주취자의 난동, 폭행, 협박, 강간 등 범죄 행위가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주취 범죄 문제는 수년 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됐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주취자 관련 112 신고 건수는 지난해 98만4411건에 달했다. 2021년 79만여건과 비교해 약 25% 증가한 수치로 하루 2697건꼴이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런 증가세는 코로나19 유행이 끝난 것도 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며 "실직하는 등 현실적인 조건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주취자가 많아지며 이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주취 관련 사건의 경우 강력 범죄나 폭력 범죄와 연관성이 커 문제가 된다. 2022년 발생한 전체 폭력 범죄 27만9789건 가운데 주취 폭력 범죄는 7만7373건으로 전체의 27.6%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술집이 많은 유흥가 인근의 상인들은 늘 불안하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주취자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구로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씨(63)는 매장 앞에 쌓인 담배꽁초를 치우며 "매일 취한 사람들이 버리고 가는데 뭐라고 한마디 하면 해코지라도 당할까 봐 말없이 그냥 치운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손님들이 주정이나 행패를 부리는 경우가 너무 많아 혼자 일하는 시간이 두렵다"며 "추석 때는 술을 먹는 사람들이 더 늘 텐데 걱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 관악구의 술집 거리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모씨(54)는 "얼마 전에도 편의점에서 만취자가 난동을 부렸다고 해서 고민이 많다"며 "심야 시간에는 매출도 크지 않은데 흉흉한 일들이 많고 하니 문을 닫을까 한다"고 말했다. 인근 카페에서 근무하는 오모씨(26)도 "아침 시간인데도 술에 취해 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라며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불안했던 적은 처음"이라고 털어놨다.
경찰은 주취 관련 범죄의 심각성이 커지는 만큼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부 경찰서에서는 주취 관련 전담반을 따로 만들어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에는 주취 폭력 범죄가 많아지고 있는 만큼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취자 문제에 단계별로 대응하는 동시에 경찰 조직 문화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건수 교수는 "주취 관련 사건이 매해 반복되다 보니 시민들 입장에서도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주취자의 상황에 따라 단순 음주면 귀가, 난동 및 위해를 가하는 경우 격리 조치, 세 번 이상 상습적인 경우 교정 치료하는 등 각 단계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주취자를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비교적 가볍고, 처벌이 경미한 것도 사실이지만 경찰의 조직 문화 자체가 주취 범죄에 대처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과잉 대응 등 경찰관 개인이 뒷수습을 걱정하지 않도록 경찰 조직이 분위기를 조성하고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염다연 기자 allsal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