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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생계비 비싼 한국의 먹사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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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고민

[시시비비]생계비 비싼 한국의 먹사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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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트램, 페리, 열차 등 대중교통 편도 이용금액 단돈 50센트(약 450원).


브리즈번, 골드코스트 등이 있는 호주 퀸즐랜드주 정부가 이달 5일부터 적용하고 있는 새로운 대중교통 요금은 50센트다. 대중교통 요금을 '공짜' 수준으로 적용한 주 정부는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로 인한 도로 정체 해소와 대규모 생계비 절감,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를 기대하고 있는 정책 효과라고 설명했다.


골드코스트에서 브리즈번으로 주 4회 출퇴근하며 편도 11.46호주달러씩, 한 주에 91.68호주달러를 지불했던 회사원이 새로운 요금제 적용으로 일주일간 내야 하는 요금은 4호주달러에 불과하다. 6개월 동안 아낄 수 있는 돈은 2104호주달러(약 189만원)에 달한다. 편도 버스요금 기준 우리 돈 2000~3000원대 전후의 대중교통 요금을 형성하고 있는 퀸즐랜드주에서 내놓은 파격적인 물가 안정책이다.


한 달에 44회 이상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야 6만5000원을 지불한 정액권에 대한 '본전'을 건지는,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용자 1명당 월평균 약 3만원의 교통비 절감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기후동행카드와 비교하면 그저 부러운 먼 나라 대중교통 요금정책 얘기다.


물론 국가·역마다 재정 상황과 예산 사정이 다르고 민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동일 잣대로 민생 정책을 평가할 수는 없다. "호주는 하는데 우리는 왜 안돼?"라고 할 수만은 없는 문제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주의 50센트 대중교통 요금에 눈길이 가는 이유는 먹고 사는 문제에 불만이 치솟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 때문이다.


한국은 의류, 식료품, 주거 등 말 그대로 '의식주' 비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1.5배가량 높다. 삶을 더 윤택하게 하거나 여가를 즐기는 데 필요한 비용이 아닌,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행위에 큰 비용이 든다는 얘기다. 특히 인프라와 인구가 몰려 있는 서울의 생계비 수준은 전 세계 상위권이다.


국제 컨설팅 업체 머서의 2023년 도시 생활비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227개 도시 중 생계비가 16번째로 비싸다. 런던(17위), 두바이(18위), 도쿄(19위), 워싱턴(23위) 등도 순위가 서울보다 뒤에 있다. 의식주 비용이 높다고 해도 전기·가스·수도 등 공공요금이 낮아 전체 물가 수준이 선진국 평균 수준에 수렴한다고는 하지만 역대급 폭염과 열대야로 인해 많은 가정이 전기료 폭탄 청구서를 받아 체감이 어렵다.


에어컨 없이는 여름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이상기후가 펼쳐져도 주택용 전기요금에도 적용되는 누진제로 인해 에어컨을 켜고 밤잠을 편하게 자려면 전기료 폭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13만원에 육박하는 월평균 가계 통신비, 1년 새 두 자릿수대 급등하는 과일·채소 가격 등도 생계비 부담을 높이고 있다. 이러한 부담은 일시적 지원금으로 해결될 어느 한 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매년 서민들의 어깨를 무겁게 할 반복될 일상이다.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을 정책 최우선에 둬야 한다는 뜻에서 '먹사니즘'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고, 이를 정치에 활용할 정도로 먹고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에 민감해진 대한민국이다. 오죽하면 전 국민에게 25만원씩 지원하는 ‘민생회복지원금지급 특별조치법(민생지원법)’이 발의됐을까. 불필요한 정쟁으로 물가안정과 민생을 위한 효율적인 방법 찾을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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