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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돼먹은 중국인 관광객? 남의 나라 얘기일까[베이징 다이어리]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27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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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이라는 두 단어는 간단한 두 가지 정보만을 제공할 뿐이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서 어떤 공통된 이미지를 본다. '해외 여행지에서 시끄럽고 매너 없이 구는 단체 관광객' 정도로 생각하면 틀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여행 패턴과 매너는 정말 여전히 그곳에 머물러 있을까.


얼마 전 방영된 한 예능프로그램(서진이네 2, tvN)에서 중국인 손님을 둘러싼 웃지 못할 해프닝이 있었다고 한다. 이 프로그램은 수년간 '유명 연예인들이 식당 사장과 직원으로 분해 외국인들에게 한식을 뚝딱 만들어 내놓고, 주로 백인인 손님이 그걸 감탄하며 즐기는' 동일한 서사를 유지해왔다. 유명 한국인 연예인과 서방인 특유의 적극적인 찬사가 프로그램의 필요조건이고, 시청자는 소위 '국뽕'에 취하며 영상을 맛있게 시청해왔다.


막돼먹은 중국인 관광객? 남의 나라 얘기일까[베이징 다이어리] (이미지 출처= tvN 서진이네2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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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웬걸. 그 먼 아이슬란드에서 촬영된 프로그램에 자꾸 중국인이 등장한다. 한식을 이미 어느 정도 알고, 어쩌면 익숙했을 이들은 '판타스틱' '어메이징' 따위의 반응을 (한국인과 마찬가지로) 하기보다는 조용히 연예인들과 한 공간에 있다는 사실을 즐기며 식사를 할 뿐이다. 한식과 백인의 찬사가 만나야 할 자리를 아시아인끼리 음식을 사고파는 장면이 꿰찬 것이다. 저들끼리 나눈 대화로 미뤄보건대, 손님 대부분은 중국 본토나 대만에서 온 유학생 또는 관광객이다.


프로그램이 기대를 벗어나자 시청자 불만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제작진은 일부를 편집하고, 현지 주민들을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방식으로 상황을 틀었다. 프로그램의 제작 의도와 시청자들이 바라는 방향으로 돌아오려는 노력이겠지만, 이 과정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해 써봐야겠다고 마음먹은 계기가 됐다.


다시 '중국인 관광객' 얘기로 돌아와서. 그렇다면 프로그램에서 이들이 보여준 매너는 과연 어땠나. 식당을 어지럽히거나, 시끄럽게 떠들거나, 집기를 훼손하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예의 모습이었을까. 답은 프로그램을 직접 본 시청자들이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주기적으로 보도되는 기사에서처럼, 편의점을 쓰레기장처럼 만들거나 길에서 어린이 대소변을 누이는 중국인?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런 몰염치하고 매너 없는 사람은 한국인 중에도 있다. 무인 빨래방에서 취식을 하고 치우지 않았거나 누군가 남의 집 담벼락 밑을 상습적으로 화장실처럼 썼다는 내용의 기사를 본 기억이 있는데,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었다. 물론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정도의 차이가 있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막상 중국에 2년째 사는 나는 그렇게까지 막돼먹은 중국인을 자주 본 바 없다.


중국 각지에서 여러 현장을 취재하고, 현지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다 보면 가끔 이들의 폭넓고 수준 높은 소양과 매너에 놀랄 때가 있다. 또 동시에 어떤 경우에는 무례함, 현대사회와 동떨어진 위생 관념 같은 문제에 놀라 자빠질 때가 있다. 그것과 관련된 얘기는 중국에서의 생활을 시작하며 썼던 첫 칼럼([베이징 다이어리] 중국 생활은, '표준없음')에서도 다룬 바 있다.



14억 중국인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인간군상이 해외로 쏟아져나오겠는가. 그러나 이들의 모습을 '중국인 관광객'이라는 한 단어로 납작하게 만들고 뭉뚱그려 무시하는 것은, 우리 스스로를 격 떨어지게 만드는 일이다.




베이징=김현정 특파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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