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노 관장의 정신적 고통 분명"
동거인측 "이혼 소송 위해 기획된 소송"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동거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가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을 공동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에 김 이사 측 책임을 인정한 것으로 향후 이혼 소송 상고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부(이광우 부장판사)는 22일 노 관장이 김 이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최 회장과 공동으로 원고에게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이혼 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한 위자료로, 김 이사장도 이를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이사 측은 혼인 관계가 이미 파탄 난 상황이며 시효도 소멸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 이사 측 법률대리인인 배인구 변호사는 판결 이후 취재진과 만나 "이유 여하를 떠나 노 관장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도 "이번 소송이 노 관장이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위해 기획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위자료 청구 소송이 이혼 소송 항소심 중에 제기된 만큼, 1심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오자 노 관장 측이 이를 뒤집기 위해 전략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이날 재판에서 혼인 파탄의 결정적인 원인을 김 이사장이 제공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 이혼소송에서 노 관장 측이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와 최 회장의 공동 위자료 부담 결정은 혼인 관계를 파탄시키는 데 인과관계가 있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사회적인 책임이나 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상고심에서는 1조3808억원이라는 재산분할 금액의 적절성 여부가 주요 쟁점으로, 이와 관련한 사실관계는 별개로 따져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노 관장은 지난해 3월 "정신적 피해를 봤다"며 김 이사를 상대로 30억 원대 위자료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다.
2015년 최 회장은 혼외자의 존재를 공개하며 노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밝혔고,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다. 노 관장은 처음엔 이혼을 거부하다 2년 뒤 입장을 바꿔 맞소송을 제기하며 최 회장을 상대로 이혼, 위자료, 재산분할을 요구했다.
이혼 소송 1심은 2022년 12월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사실상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뒤집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 위자료로 20억원을 노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노 관장의 '정치적 영향력'과 '내조 및 가사노동'이 SK 경영 활동과 SK 주식의 형성 및 가치 증가에 기여했다고 본 것이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상고해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성민 기자 minut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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