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마용성 천정부지로 치솟자
상대적으로 덜 오른 '노·도·강'에 수요 몰려
전셋값 올라 "이럴 거면 집 산다"는 사람도 늘어
6~7월에 급매 다 빠져…매매가 한 단계 상승
8월 들어 상승세 탄 노·도·강, 왜?
강남과 한강 벨트 지역에서 시작된 아파트값 상승세가 서울 외곽 지역으로 번지고 있다. 8월 들어 노·도·강(노원·도봉·강북)도 뚜렷한 상승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 3월부터 한 주도 쉬지 않고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의 아파트 가격이 오른 지 5개월 만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8월 둘째 주 노·도·강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 대비 0.12~0.19%까지 올랐다. 강남 3구(매매 0.46~0.58%)나 마·용·성(0.36~0.63%)보다는 상승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기는 하다. 그러나 노원구와 도봉구의 경우 부동산 활황기인 2021년 10월 이후, 강북구는 2018년 9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나타냈다.
노·도·강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지난달부터 눈에 띄게 늘었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 6월 노·도·강 거래는 서울시 전체 거래의 9.6%(7470건 중 718건)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7월 들어 12.6%(7720건 중 979건)까지 올라갔다. 이 과정에서 급매물들은 다 소진되면서 가격이 한 단계 올라갔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65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효선 NH농협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은 주택 부족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달까지만 해도 상급지 중심으로만 가격이 올랐었다"며 "그런데 전셋값 상승이 가파르다 보니 이제는 중·저가 지역을 찾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많이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은 "노·도·강은 매물이 워낙 많아서 저가 매물이 빠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바람에 상승 타이밍이 늦어진 것"이라며 "서울 외곽도 따라서 올라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 달부터 은행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막차를 타겠다"는 실수요자들이 서울 안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오른 노·도·강을 찾고 있다.
갭투자 문의도…금리 내리면 가격 상승 유지될 것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래미안 트리베라 2차 전용 84㎡의 호가는 현재 9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8억원대 물건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아볼 수 없다. 지난달 실거래가는 8억5000만~9억2000만원 선이었다. 이 단지 상가에서 일하는 공인중개사는 "급매가 다 빠지고 8월부터 이 동네도 본격적으로 매매가 상승세가 시작됐다"며 "앞으로 9억원 중반대 물건이 한두 개 나가면 10억원대 가까이 올라가는 건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노원구 대장 아파트인 중계 청구아파트에서는 집주인들이 도로 매물을 거둬들이는 모습도 보인다. 은행사거리에 있는 한 공인중개소에서 만난 주민은 "하반기에 집값이 더 오를 거 같아서 기다려보려고 매물 내놓은 걸 취소했다"며 "요즘에 계속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하니까 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아파트의 현재 전용 84㎡의 가격은 12억 7000만~8000만원 선이다. 이 단지를 담당하는 공인중개사는 "지난 4월에만 해도 11억원대 매물이 좀 있었는데 지금 호가는 13억원대까지 나와 있는 것도 있다"며 "강남이나 마·용·성처럼 급격하게 오르진 않지만 이 지역은 꾸준히 계속 상승하고 있는 편"이라고 했다.
노원역 근처의 주공 아파트에는 요즘 들어 갭투자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상계주공7단지 공인중개사는 "하반기 들어 투자용으로 매물을 살펴보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실제로 투자까지 이어지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지금 5억2000만~3000만원 선인데 상반기보다는 수천만 원 올랐다"며 "최근엔 집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매수보다 매도자가 우위"라고 전했다. 이어 "지금 전셋값은 2억5000만원인데 올해 초보다 5000만원 정도 올랐다"며 "앞으로 여기 집값 상승 가능성을 보고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지역 다른 아파트들의 실거래가를 봐도 상승세를 엿볼 수 있다. 도봉구 창동 '창동신도브래뉴1차' 전용 121㎡는 이달 12일 10억1000만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이전 최고가는 2020년 기록한 8억9900만원이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 리서치 랩장은 "9월부터 DSR이 강화되지만 다음 달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고, 아파트 전셋값도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며 "하반기에 매매 거래량은 약간 줄어들 수 있긴 하겠지만 서울 외곽 지역의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