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 수유법 가르치기 위해
동물원·국립 산부인과 협업
오랑우탄 앞에서 상의를 탈의하고 모유 수유를 한 엄마들의 모습이 공개돼 화제다. 임신한 오랑우탄에게 모유 수유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다.
최근 가디언, 뉴욕포스트 등 외신은 19살 오랑우탄 무주르에 모유 수유 시범을 보인 자원봉사자들에 주목했다. 무주르는 이미 2019년과 2022년 출산한 이력이 있지만 젖을 제대로 먹이지 못해 새끼들을 하늘로 떠나보내야 했다. 무주르가 올해 초 다시 임신하자 동물원 측은 교육을 위해 더블린 소재 국립 산부인과와 손잡고 30명의 '엄마'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이들은 몇 달 동안 아일랜드 더블린동물원에서 무주르에 모유 수유 시범을 보였다. 하루 최대 4명씩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차례대로 아기에게 젖을 먹였다. 사람의 행동을 잘 따라서 하는 오랑우탄의 특성을 이용한 것이다. 더 효율적인 교육을 위해 상의 탈의도 불사했다.
무주르는 여성들이 아기에게 모유 수유하는 모습을 매우 흥미롭게 지켜봤고 심지어 그들의 행동 중 일부를 따라서 하기도 했다. 자원봉사자 노라 머피는 "무주르가 뭘 하는지 바라보며 응시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무주르가 손으로 행동을 따라 했는데 정말 마법 같은 일이었다. 마치 횃불을 물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출산한 무주르는 이전과 달리 새끼에게 모성을 보였다. 하지만 수유 자세를 제대로 잡지 못해 젖을 먹이는 데 실패했다. 새끼는 젖병으로 젖을 먹어야 했다. 몇 주 안에 영국의 전문 기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동물원이 이렇게 공을 들이는 이유는 오랑우탄이 야생에서 심각한 멸종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더블린 동물원의 수의사인 니암 맥길은 "오랑우탄은 번식률이 낮고 3~5년에 한 번만 새끼를 낳는다"며 "그래서 새끼의 탄생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21년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전 세계 오랑우탄 개체 수가 10만 마리로 추정되며 매일 25마리씩 줄어들고 있다"면서 숲 파괴를 막지 않으면 50년 안에 멸종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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