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1개 대회 양희영 1승 전부
고진영, 김효주, 김세영, 전인지 ‘무관’
코다 6승 독주, 태국과 일본, 호주 강세
한국 선수들 “이젠 우승 장담할 수 없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런데 실력이 비슷해졌다. 예전처럼 우승을 장담할 수 없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솔직한 목소리다. 태극낭자들이 좀처럼 우승 트로피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LPGA투어 21개 대회에서 양희영(6월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이 거둔 1승이 전부다. 한국은 이번 시즌 개막 이후 16개 대회 만에 처음으로 정상에 올랐다. 2000년 이후 24년 만에 가장 긴 개막 후 ‘우승 가뭄’에서 탈출했다. 양희영 이후에도 우승에 실패해 2011년 3승을 합작한 이후 최소 승수의 위기다. 한국은 2015, 2017, 2019년 세 차례 15승을 쌓은 적도 있었다.
지난 10일 끝난 2024 파리올림픽에서도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양희영 공동 4위, 고진영과 김효주는 공동 25위다. 2016년 리우 대회에서 박인비가 금메달을 따낸 것이 올림픽 메달의 전부다. 도쿄 대회에 이어 2개 대회 연속 올림픽 노메달이다. LPGA투어에서도 고전하긴 마찬가지다. 상금랭킹 10위 이내에 들어간 선수는 양희영(5위)과 유해란(7위) 2명뿐이다.
한국의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다. 세계 여자 골프계는 평준화를 이뤘다. 한국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마다 우승 경쟁을 벌였던 시기는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올해 LPGA투어는 세계랭킹 1위 넬리 코다(미국)가 지배했다. 지난 1월 LPGA 드라이브 온 챔피언십부터 4월 셰브론 챔피언십까지 5개 대회 연속 우승을 포함해 올해만 6승을 쓸어 담았다. 상금(300만6871달러)과 올해의 선수(214점), CME 글로브 레이스(3319점) 등에서 1위다. 평균타수 부문에서는 2위(69.98타)에 자리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의 상승세도 눈에 띈다. 해나 그린(호주·2승), 리디아 고(뉴질랜드), 인뤄닝(중국), 사소 유카, 후루에 아야카(이상 일본), 패티 타와타나낏, 아타야 티티꾼, 짠네티 완나센, 모리야 쭈타누깐(태국·이상 1승) 등이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상반기 대회에서 미국 10승, 태국 4승, 호주와 일본이 2승씩을 수확했다. 우승자를 배출한 국가는 8개국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부상에 시달리며 우승권과 거리가 멀었다. 전 세계랭킹 1위 고진영의 부진이 아쉽다. LPGA투어에서 통산 15승을 수확한 강자다. 지난해까지 손목, 어깨 부상에 심리적으로도 ‘골프를 하기 싫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상승 기류에 올라탔지만 우승과는 거리가 있었다. 여기에 그동안 주력 부대 역할을 했던 김효주, 전인지, 김세영, 박성현 등이 정상에 서지 못하고 있다. 올해 미국 무대에 뛰어든 성유진, 임진희, 이소미 등도 트로피가 없다.
한국 선수들은 유럽에 반전을 노리고 있다. 파리올림픽을 끝낸 LPGA투어는 2주간 유럽에서 대회를 소화한다. 15일 스코틀랜드 에어셔의 던도널드 링크스(파72)에서 개막하는 ISPS 한다 위민스 스코티시 오픈(총상금 200만 달러)과 22일부터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 코스(파71)에서 펼쳐지는 메이저 대회 AIG 위민스 오픈(총상금 900만 달러)을 치른다. LPGA투어는 유럽에서 열리는 2개 대회를 포함해 14개를 남겨두고 있다. 태극낭자의 후반기 분전이 필요한 시점이다.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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