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전직 고위 판·검사 출신 변호인들을 대거 선임했다.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이들 전관 변호인단 간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금융·증권범죄 중점청인 서울남부지검이 1년 반 가까이 수사력을 집중해 국내 벤처 1세대 출신의 IT 대기업 창업자를 전격 구속해 재판에 넘긴 사건인 만큼 재계의 관심도 매우 높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법무법인 세종, 김·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를 포함해 총 36명의 변호인을 선임했는데, 이 중 13명이 전직 판·검사 출신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여환섭 변호사(사법연수원 24기)다. 검사 재직 시절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이상득 전 의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을 기소하는 등 각종 굵직한 사건을 도맡았던 '특수통'이다. 그는 대검찰청 중수부 2과장,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차례로 역임했고,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을 지냈다. 대전고검장 등을 거친 뒤 2022년 윤석열 정부 출범 당시 초대 검찰총장 후보군에 포함되기도 했다. 후배인 이원석 현 검찰총장이 임명되자 사의를 표했다.
세종에서는 총 24명의 변호인이 이름을 올렸다. 이 중 이정환 변호사(29기)는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를 거쳐 2011년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에 파견되는 등 검찰 내부에서 '금융범죄 전문 검사'로 꼽혔던 인물이다. 2020년에는 서울남부지검 2차장을 지내기도 했다. 이 변호사와 함께 저축은행합수단에 파견됐던 김민형 변호사(31기)도 검찰에서 범죄수익환수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던 검사 출신이다. 2013년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팀에 파견됐고, 2018년 대검찰청 범죄수익환수과장 근무 당시에는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의 해외은닉재산을 파헤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장을 거쳐 2021년에는 범죄수익환수 분야 2급 공인전문검사 자격인 '블루벨트'를 취득했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 제주지검장 등을 거친 이근수 변호사(28기)도 김 위원장 변호인단에 포함됐다. 이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해 기소했다.
판사 출신 중에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전주지방법원장 등을 역임한 한승 변호사(17기)가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변호해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받아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서 노 관장 측 변호인단에 참여해 1심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밖에 서울고법 고법판사 출신의 이호재(28기)·박성준(31기) 김앤장 변호사 등이 선임됐다.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김 위원장의 사건은 앞서 기소된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회장 등의 사건과 같은 재판부(서울남부지법 형사15부)에 배정됐다. 첫 공판기일은 아직 지정되지 않았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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