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기침체 논란과 일본은행(BOJ)의 깜짝 금리인상으로 시장이 시끄러웠다.
지난 31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9월 기준금리 인하' 시그널을 줬다. 그런데 지난 1일 발표된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 지수와 지난 2일 발표된 7월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경기침체 논란이 일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7월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9월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을 71.5%까지 높여서 반영했다. 12월까지 기준금리가 125bp 인하될 확률도 45.9%로 급등했다. Fed가 8월에 긴급회의를 열어 9월 FOMC 전에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증시는 지난 1일부터 3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그러나 이후 경기침체 우려는 과장됐다는 주장이 많이 나오면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았다. 모건스탠리는 투자노트를 통해 “미국 경제는 침체를 겪고 있지 않다”며 “9월 FOMC가 열리기 전 긴급 금리 인하나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 내리는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솔로몬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도 “경기침체는 없을 것”이라며 “현재 지표와 Fed의 메시지를 바탕으로 볼 때, 9월 이전에 기준금리 인하는 없고 가을에 1~2차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과 한국의 경우 중앙은행이 좀 더 빨리, 더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를 고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를 향해 가고 있으며, 고금리는 대다수 경제주체들에게 고통스러운 것이고 경기 둔화 요인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Fed가 지난 7월31일 기준금리를 인하했어야 한다는 '금리 인하 실기론'이 고개를 들었다. 한국에서도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내수 부진, 미국의 경기침체론 등을 논거로 제시하면서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한국은행이 8월22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일부 언론 매체는 기사와 칼럼을 통해 노골적으로 조기 금리 인하를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주지하다시피 기준금리는 여러 가지 상황들을 모두 고려해 결정해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다. 집값 문제는 주택 대출 규제 강화로 대응하고 내수 촉진을 위해 기준금리를 빨리, 이르면 8월 인하하자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한은이 미국보다 먼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렵다.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우려 때문이다. 한미 금리차 확대는 시장에 '한은이 환율 상승을 용인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 시장 불안 요인이다.
일본 정치권에서 자민당의 거물급 정치인 두 명이 지나친 엔화 약세, 즉 슈퍼 엔저를 비판하는 발언으로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흔들었다. BOJ는 지난 31일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깨고 0.25%로 인상했다. 그 결과 급격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으로 지난 5일 세계 주식시장의 '블랙 먼데이'를 초래한 데 일조했다. 결국 우치다 신이치 BOJ 부총재는 지난 7일 "금융 자본 시장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표해야만 했다.
금융·자본시장은 조심히 다뤄야 한다. 시장의 기대와 예상을 꺾어버려야 하는 순간도 있지만, 대부분 상황에서는 그 기대와 예상을 받아들이며 잘 관리해야 한다. 한은은 지금까지 잘 해왔다. 시장의 예상대로 10월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이 9월 기준금리를 50bp 인하하더라도 한미 금리차를 고려하면 한국은 10월 25bp 인하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가 금리 인하에 대한 좋은 여건을 조성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 누구든 한은의 독립성을 흔들지 말라.
정재형 경제금융 부장 jj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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