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과의 협력 관계 설정 등 숙제
채상병특검법 등 해법도 돌파구 찾아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두며 집권당 당권을 잡았다. 선거인단에서 62.69%(25만5930표), 여론조사 환산득표에서 63.46%(6만4772표)를 얻어 합계 62.84%(32만702표)로 1위를 차지했다. 그의 앞길에는 꽃길만 펼쳐져 있는 게 아니다. 당정 불협화음, 당내 통합, 험난한 대야 관계 등에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들이 놓여 있다.
가장 큰 숙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회복이다. 친윤계는 이번 전대에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세워 한 대표와 대립각을 형성했다. 당내에서는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검사 시절부터 막역했던 점 등을 거론하며, 관계 회복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다. 한 대표가 당선 직후 윤 대통령에게 전화하고, 대통령과 새 지도부가 만찬 회동을 갖기로 한 것 등도 양측 간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의지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24일 용산에서 신임 지도부 전원과 대통령실 실장, 수석을 비롯해 퇴임하는 지도부 전원과 만찬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우여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MBC라디오에서 역대 보수 정권의 정권 재창출 사례를 거론하면서 "바른말도 좋지만, 상황에 따라 미리미리 의논하라"고 조언했다.
그럼에도 갈등 가능성은 남아 있다. 한 대표는 수락 연설을 통해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미 유능하다"며 당이 국민과 정부의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검찰의 김건희 여사 소환 방식과 관련해 "국민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며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한 대표로서는 대통령실에 협력하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당내 통합도 과제다. 특히 급선무는 채상병특검법 등을 어떻게 풀어갈지다. 한 대표는 야당이 강한 의지를 보이는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제3자 추천 방식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이 문제 등을 두고서 반발이 거세다. 당대표 경선에서 패한 원 전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낙선 인사에서 "특검과 탄핵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동훈 지도부에 합류한 김재원 최고위원이나 김민전 최고위원도 이 문제에 있어서는 한 대표가 추경호 원내대표나 의원들의 의총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 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당내 민주적 절차를 통해 토론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야 관계도 풀어야 한다. 한 대표는 공교롭게도 지난 총선에서 이·조 심판론 등을 통해 청산 대상으로 지목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을 대화 상대로 만나야 한다. 총선이 끝난 만큼 '협치' 의사를 밝혔지만, 야당의 일방적인 국회 독주 속에서 한 대표가 협치라는 정치적 공간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는 숙제다. 더욱이 야당은 채상병특검법과 관련해 한 대표와 친윤계 사이의 틈을 파고든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외에도 야당은 국민의힘 전대 기간 불거졌던 한 대표 관련 의혹과 관련해 법적, 정치적 공세에 나서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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