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급증에 당국이 '급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2일부터 은행채 3년물·5년물 기준 대출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해당하는 대출상품은 대부분 주택담보대출로, 지난 15일 한 차례 금리를 인상(0.05%포인트)한 이래 일주일 만에 추가 인상한 것이다.
KB국민은행 역시 오는 18일부터 혼합(고정)·변동형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0.2%포인트씩 인상한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 12일에 이어 오는 24일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금리를 0.2%포인트 상향 조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아파트 외 주택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도 0.15%포인트 인상한다. 아울러 전세자금대출인 우리전세론 2년 고정금리 상품의 대출 금리도 0.15%포인트 인상키로 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역시 이달 초순 대출 금리를 인상한 바 있는데, 불과 한 달이 지나기도 전 추가 인상을 단행하게 됐다.
은행권이 이처럼 잇달아 금리 추가 인상에 나서는 것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제어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6월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20조5000억원 증가했다. 앞선 2023년(4조1000억원), 2022년(1000억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가계대출 증가세를 주도한 것은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등 포함)이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26조5000억원에 달해 3년 내 최대치를 나타냈다.
이에 당국은 적극적인 가계대출 조절을 압박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을 소집해 가계부채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금융감독원은 지난 15일부터 5대 시중은행과 카카오뱅크를 대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준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서면·현장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더더군다나 최근엔 시장금리 인하로 금리 인하의 효과가 반감되는 분위기다. 5대 시중은행의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는 이달 초 2.90% 수준이었는데, 최근 가계부채 조절을 위한 금리 인상에도 전날 기준 최저금리는 2.89%로 오히려 역주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부채 증가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를 인상했으나,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 따라 시장금리가 내리면서 효과가 상쇄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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