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예잇수다]평범한 일상 속 비범한 풍경에 주목한 화가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언어변환 뉴스듣기

크리스티 파리에서 열린 6월 경매에서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1699~1779)의 ‘처음 자른 멜론(The Cut Melon)’이 작가 최고가와 18세기 프랑스 올드 마스터 기록을 경신했다. 가장 위대한 정물화가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역사화, 초상화를 최고로 대우하던 시대, 모두가 외면한 정물화에 몰두한 남다른 인물이다.

[예잇수다]평범한 일상 속 비범한 풍경에 주목한 화가 장 시메옹 샤르댕, The Cut Melon, 1760. 57 x 51.5cm [사진 = 크리스티]
AD

17세기 설립된 프랑스 왕립 미술 아카데미는 왕실 미술품 주문을 관장하고 살롱 전시를 주관하는 절대적 권위의 미술 기관이었다. 아카데미는 회화 주제에 따라 장르별 서열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최고 등급은 역사화였고 초상화, 장르화, 풍경화, 정물화가 그 뒤를 이었다. 고대 전쟁 영웅, 기독교 성인이 등장하는 역사화는 인간의 특별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도덕적 권위를 보여주는 예술을 대표했다.


초상화 역시 인간의 형상을 묘사한 작품으로 높이 평가받았다. 반면 자연의 아름다움을 모방한 풍경화나 정물화는 저급한 장식품으로 분류했다. 인간의 지배를 받는 자연을 주제로 하는 이들 작품은 이지적 판단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세속적 그림으로 치부됐다. 당시 모든 화가가 역사 화가로 성공하는 것을 꿈꿨고, 귀족에 버금가는 영예를 누린 왕의 화가 또한 역사 화가였다.


샤르댕 역시 10대 때 당대 역사 화가인 피에르 자크 카제와 노엘 니콜라 쿠아펠의 밑에서 수습생으로 일한 뒤 생 뤼크 아카데미에 진학해 역사화가가 되기 위해 정진했다. 하지만 그는 곧 이 웅장한 장르가 자신과 맞지 않음을 깨달았다. 대신 사물에 주목했다. 이내 샤르댕은 역사화를 공부하며 배운 아카데미 표현을 정물화에 적용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개척해나갔다.


신화와 성경 속 인물 대신 과일과 채소, 냄비와 그릇을 탁월하게 묘사한 그의 그림은 당시 화단에서 화제가 됐다. 종전에는 없었던 형식적 구조와 회화적 조화를 갖춘 그의 정물화는 귀족들은 물론 루이 15세의 마음마저 사로잡았고, 높아진 인기에 당시 역사화보다 더 비싼 값에 유럽 전역에서 거래됐다. 1757년 루이 15세는 샤르댕에게 루브르궁의 작업실과 거주공간을 제공하며 그의 후원자를 자처했다.

[예잇수다]평범한 일상 속 비범한 풍경에 주목한 화가 Jean-Sim?on Chardin, 'Self Portrait or Portrait of Chardin Wearing an Eyeshade' 1775, Pastel, 46 x 38 cm. [사진 = 루브르박물관]

300년이 지난 지금, 그의 인기는 더 뜨겁고 작품 가격 또한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2022년 샤르댕의 ‘산딸기 바구니’가 파리 아트큐리알 경매에 출품되자 추정가 1500만 유로(약 223억원)였던 작품이 2440만 유로(약 360억원)에 낙찰됐다. 낙찰자는 뉴욕의 한 미술품 딜러, 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이 돌연 거래에 제동을 걸었다. 자국의 귀한 그림이 다른 곳으로 팔리는 것을 막겠다는 루브르의 의지는 합법적 몽니로 이어졌다. 정부에 이 작품의 국보 지정을 요청해 최대 2년 반의 거래 동결을 확보하고 자금 마련에 나선 루브르는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등 기업에 도움을 요청하는 한편 박물관 후원그룹과 크라우드 펀딩까지 동원한 끝에 결국 작품 구입에 성공했다.


AD

“일상생활을 묘사한 위대한 화가들은 세상에 무엇을 존경하고 존중할 것인가에 대한 속물적 관념을 교정하는 데 도움을 준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의 평가처럼 샤르댕은 평범한 일상 속 비범한 풍경에 주목하고, 고착화된 당대 미술사조에 맞서 새로운 성취를 이뤄냈다. 영원히 탐스러울 그림 속 멜론, 칸탈루프처럼 샤르댕의 예술혼과 정신은 지금도 대중을 사로잡을 만큼 신선하다.

편집자주예잇수다(藝It수다)는 예술에 대한 수다의 줄임말로 음악·미술·공연 등 예술 전반의 이슈와 트렌드를 주제로 한 칼럼입니다.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1510:17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눈에 띄게 달라졌다" 36억 투입해 '자동화·자원화' 확 달라진 도축장⑤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도축·가공 현장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경남권의 핵심 거점인 부경양돈협동조합 통합부경축산물공판장과 대전·충남권의 대전충남양돈농협 산하 포크빌축산물공판장은 시설 현대화를 통해 생산성과 위생, 환경 성과를 동시에 끌어올리며 국내 축산물 경쟁력 강화의 실증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수입 축산물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공판장의 역할이 단순

  • 25.12.1209:58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똥값의 역전'…70억 투입하자 악취 나던 분뇨가 돈이 됐다 ④

    정부가 추진해 온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보완대책이 제주 축산 현장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제주 한라산바이오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가축분뇨를 재생에너지와 비료로 전환하며 지역 축산업의 환경 기반을 바꾼 시설로 꼽힌다. 제주에서는 약 55만~60만마리의 돼지가 사육되며 하루 2500t 가까운 분뇨가 발생하는데, 한라산바이오는 이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고 자원화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분뇨가

  • 25.12.1108:51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멀쩡한 사과 보더니 "이건 썩은 거예요" 장담…진짜 잘라보니 '휘둥그레' 비결은?③

    "자유무역협정(FTA) 국내 보완대책을 통해 설립된 '충주 거점 산지유통센터(APC)'는 단양과 제천, 음성, 괴산 등 충북 북부권에 위치한 농가 650곳에서 생산한 사과를 세척·선별·포장·출하하는 과실 전문 APC입니다. 생산단계부터 관리하고 사과 브랜드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또 저온저장고와 선별기 등을 통해 비용을 줄여 농가엔 더 큰 수익을, 소비자들에겐 품질 좋은 사과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

  • 25.12.1010:18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고품질 韓 조사료 키워 사료비·수입의존도↓ ②

    59개 국가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축산농가의 부담을 줄이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국내보완대책 가운데 하나가 '조사료생산기반확충 사업'이다. 조사료는 볏짚이나 목초 등 거친 섬유질 위주의 사료로, 이 사업을 통해 국산 조사료의 생산·유통·가공 기반을 갖춘 지역 단위 가공·유통센터가 확충되면서 국산 조사료 품질과 시장 신뢰도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북 김제에 위치한 전주김제

  • 25.12.0909:11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1인당 3500만원까지 받는다"…'직접 지원'한다는 FTA국내보완책①

    올해 3분기 기준 한국은 22개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를 통해 59개 국가와 FTA를 활용한 무역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첫 FTA인 한-칠레 FTA가 발효된 2004년 4월 이후 약 21년 5개월 만의 성과다. 정부는 현재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85% 수준인 FTA 네트워크를 글로벌 1위인 90%까지 더 넓고 촘촘하게 확충할 방침이다. FTA 네트워크 확대에 따라 한국의 수출 시장이 넓어진 만큼 수출액도 2004년 2538억달러에서 2024년 6836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