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 상선 50% 이상 공급
軍 등 정부 선박 건조·MRO 수주
중동·유럽 넘어 미국까지 영토 확장
한화그룹은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Philly) 조선소 지분 100%를 1억달러(약 1380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인수에는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각각 60대40 지분 비율로 참여한다. 국내기업이 미국 조선소를 인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수로 한화는 미국 상선과 방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필리 조선소는 노르웨이 석유·가스·재생에너지 기업 아커의 미국 자회사다. 미국 존스법(Jones Act)에 의거해 자국 본토 연안에서 운항하는 상선을 전문적으로 건조한다. 1997년 미 해군 필라델피아 국영 조선소 부지에 설립된 이후 미국에서 건조된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선), 컨테이너선 등 대형 상선의 약 50%를 공급해오고 있다.
미 교통부 해사청(MARAD)의 대형 다목적 훈련함 건조 등 상선뿐만 아니라 해양풍력설치선, 관공선 등 다양한 분야의 선박 건조 실적도 보유하고 있다. 해군 수송함의 수리·개조 사업도 핵심 사업 영역 중 하나다. 지난해 7월에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해상풍력설치선 철강 절단식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 조선소를 찾기도 했다.
이 조선소는 660t 규모 골리앗 크레인 1대와 길이 330m 너비 45m 규모 도크 2개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내 최대 규모다. 도크는 앞으로 한화시스템과 한화오션이 미국 함정시장에 진입할 때 함정 건조 및 MRO 수행을 위한 효과적 사업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미국 함정시장은 해군 함대 소요 대비 생산 공급 부족으로 함정 건조 설비 증설 니즈가 있는 상황이다.
한화시스템은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 개발에서 공조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상선과 함정 시스템 관련 스마트십 솔루션인 통합제어장치(ECS)·선박 자동제어 시스템(IAS) 등 최고 수준 해양시스템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상선 라인업과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상선에서 무인수상정·함정 등 특수선 시장까지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오션은 해외 생산거점 확보를 통해 매출 다각화를 꾀할 방침이다. 필리 조선소가 강점을 지닌 중형급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분야로 수주를 확대해 시장 입지를 더욱 키워나갈 수 있게 됐다. 한화오션이 보유한 기술을 접목해 북미 지역에서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갖춘 조선소로 탈바꿈시켜 나간다는 구상이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필리 조선소 인수를 통해 글로벌 선박과 방산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사업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며 "중동·동남아·유럽을 넘어 미국 시장까지 수출 영토를 확장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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