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탈북민 돕기
“공익 활동 수준 결정할 때는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이 중요”
법무법인 태평양의 공익재단법인인 재단법인 동천이 6월 17일 설립 15주년을 맞았다. 동천은 2009년 6월 우리나라 로펌 가운데 최초로 설립된 공익재단법인이다. 현재 상근 변호사 7명이 활동하고 있다. 동천과 함께 공익활동을 하는 태평양 공익위원회에는 7개 분과 240여 명의 전문가가 활동하고 있다.
15주년을 맞이한 17일, 5대 강용현(74·사법연수원 10기) 이사장에 이어 유욱(61·19기) 태평양 변호사가 6대 이사장으로 취임한다. 배재고와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대학원 법학과를 수료한 유 신임 이사장은 1990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1993년부터 태평양 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20년 넘게 탈북민을 돕고, 동천 NPO법센터장 등 공익 분야에서 꾸준히 이름을 알렸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태평양 본사에서 만난 유 신임 이사장에게 동천의 갈 길을 묻자, 그는 “공익법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이라고 답했다.
유 이사장은 “동천이 지금까지는 공익법 활동의 개척자 성격이 강했다면, 이제는 책임을 갖고 공익법 정책을 뒷받침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감당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탈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문제를 해결할 때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해관계자들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공존선’이 분명 있다”며 “앞으로 동천이 그 ‘공존선’을 찾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이사장은 동천의 공익법총서 10권의 주제인 ‘장애인의 권리’를 예로 들었다. 그는 “예전에 장애인 이동권 관련 시위가 있었는데, 이런 외침에서 장애인 인권 증진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주거권, 일할 권리, 의료 접근권까지 법률가로서 법적 구현 방법을 찾아내는 기관이 되겠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로펌의 공익 활동 수준을 정하는 요건에는 가장 먼저 ‘집행부의 의지’를 꼽았다. 그는 “리더가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사람들의 행동 양식이 달라지기 마련”이라며 “태평양은 신입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많이 권장하는 등 지속적으로 공익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태평양과 동천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은 점점 늘고 있다. ‘2023 태평양·동천 공익활동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동천 변호사의 프로보노 활동 시간은 2022년보다 25% 증가했다.
또 유 이사장은 ‘기업 공익재단 활성화’로 우리 사회의 공익 활동이 더 활발해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스웨덴의 역사적인 노사정 대타협 사건인 ‘살트셰바덴 협약’을 예로 들며 “한국 자본주의의 성과물을 기업 공익재단에 모으고, 그걸 통해 사회에 환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시민과 사회, 기업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살트셰바덴 협약은 1938년 체결된 협약으로, 차등의결권 제도를 도입해 오너 일가의 기업 지배권을 확고히 하는 대신 이익 상당수를 재단을 통해 근로자와 사회에 환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는 “공익재단 쪽에 돈의 물꼬가 터져야 한다”며 “처우가 굉장히 열악한 NGO들에게 재정과 인적 자원들이 공급되면 결과적으로는 소리내지 못하는 다수의 취약계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변호사로서 공익 활동의 가장 좋은 점으로 ‘헬퍼스 하이(Helper’s High)’를 말했다. 헬퍼스 하이는 타인을 도울 때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뜻하는 정신의학 용어다. 그는 “강용현 전 이사장이 ‘공익 활동을 했기 때문에 변호사 생활을 아주 보람되게 할 수 있었다’고 말씀하신 것처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변호사로 일하기 위해서도 ‘헬퍼스 하이’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장 취임 소감으로 먼저 1993년 태평양 입사 당시 대표변호사였던 김인섭(88·고시14회) 변호사의 말을 꺼냈다. 유 이사장은 “1년차 변호사였던 제가 김인섭 대표변호사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가치집단’과 ‘겟 투게더(Get together)’였다”며 “태평양이 단순히 비즈니스 로펌에 그쳐서는 안 되고, 우리나라 사회에서 가치를 세우고 추구해 나가는 집단이 돼야 한다는 이야기를 숱하게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말씀을 듣고 2001년 국내 로펌 역사상 최초였던 공익위원회와 2009년 동천을 설립할 때 주도적으로 참여했다”며 “동천의 이사장으로, 공익 변호사의 꿈과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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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한주 법률신문 기자
※이 기사는 법률신문에서 제공받은 콘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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