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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국경장벽 높인 바이든…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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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F. 케네디, 부시 부자, 빌 클린턴, 조 바이든, 도널드 트럼프, …


이들 미국 전·현직 대통령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민자의 후손이란 점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독일계 이민자 3세이고, 나머지 전·현직 대통령들은 모두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후손이다. 미국이 이민자의 나라니 당연한 일이다. 18세기 건국을 전후해 유럽에서 이민자들이 대거 몰려왔고, 이후에도 이민을 적극 수용해 국가를 발전시켜 온 다민족, 다문화 사회가 미국이다. 이 과정에서 기회의 땅 미국에선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도 꽃피웠다.


이민자의 천국 미국이 이젠 여야를 막론하고 '국경장벽'을 쌓는 반(反)이민 국가가 됐다. 친이민 정책을 펴 왔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일 불법이민을 제한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멕시코와 맞닿은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는 이민자 수를 하루 2500명으로 제한하고, 이를 넘으면 망명을 금지시키고 강제 추방하는 내용이 골자다. 불법 이민자를 "동물"이라 칭하며 국경 봉쇄, 강제 추방을 예고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과 닮은 꼴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불법이민 대응이 유권자들의 최우선 현안으로 떠오르면서 바이든 대통령도 결국 정책 기조를 선회했다.


[뉴욕다이어리]국경장벽 높인 바이든…남의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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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주를 비롯해 미 남부 국경 지역은 불법이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 남서부 국경으로 불법 입국을 시도하는 사람 수는 2014년 57만명에서 2023년 248만명으로 10년 새 5배 늘었다.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 국가 경제난과 치안 불안으로 미국으로 입국하려는 난민들이 쏟아지면서 행정력 부담이 급증했다. 이민자 범죄가 늘며 사회적 혼란이 가중됐다는 불만도 나온다. 미국 사회 주류인 백인들은 히스패닉, 아시안 등 유색인종이 늘어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먼저 자리를 잡은 이민자들도 신규 유입되는 이민자와 일자리, 주택 등을 놓고 경쟁해야 해 이민에 부정적이다. 이민에 대한 두려움의 내러티브가 미국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반이민 정서가 간과하고 있는 지점이 있다. 이민의 경제적 효과다. 미국 노동력에서 이민자 출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커지는 추세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민간 노동력 중 외국 태생 근로자 비중은 2006년 15.3%에서 2023년 18.6%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발생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미 노동시장에 유입된 이민자는 370만명으로 3년 간 13.7% 늘었다. 반면 미 본토 태생은 260만명으로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미국의 생산 및 성장을 이끌 노동력이 이민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미국 경제가 지난해 침체 우려를 보기 좋게 피해 '나홀로 호황'을 이어가는 원인을 이민 유입 급증에서 찾고 있다. 이민자가 고용시장에 노동력을 공급해 임금 및 인플레이션 상승을 제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민은 미국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돌파의 해법으로도 여겨진다.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07년 2.1명에서 2023년 사상 최저치인 1.62명으로 하락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2040년부터 미국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미국 역시 이민자 유입이 없다면 인구와 노동력이 계속 줄어들 것이란 의미다. 결국 미국의 만성적인 재정 적자, 세수 부족, 부채 문제 대응책은 이민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CBO도 2023~2034년 미국 노동력이 이민 급증에 힘입어 520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며, 국내총생산(GDP)이 이민자 유입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보다 약 7조달러, 세수는 1조달러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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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은 이처럼 경제적 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모두 수반한다. 미국보다 앞서 이민 문제로 몸살을 앓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도 마찬가지다. 선진국의 반이민 정서가 남의 일 같지 않은 건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대한민국이 직면할 미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도 저출산, 저성장 대책으로 적극적인 이민 문호 개방이 불가피하다. 한국은 이미 다문화 사회로 진입했다.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 수는 250만명으로 한국 인구 수의 4.8%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다문화 사회로 분류하는 기준인 외국인 비율 5%에 가깝다. 여당의 총선 참패로 이민청 설립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에 이민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외국인들에게 특히 배타적인 우리 문화는 이민자 유입에 따른 갈등과 비용 역시 커질 수 있음을 뜻한다. 이민 확대의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와 선제적인 대비가 필요하다. 미국의 반이민 정서와 국경 봉쇄를 '먼 산 불구경' 하듯 바라볼 여유가 없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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