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후 일할 사람 1000만명 사라진다"
아찔한 전망에도 저출산 문제 여전히 '정부 시각' 접근
강사·학부모 1등급 프로젝트, 학생 체감 못하면 결과 내기 힘들어
주요 주체 국민 개개인 인식 전환 위한 노력 필요
"만들어주세요, 1등급." 최근 방영 중인 tvN 토일드라마 '졸업'에서는 대치동 스타 강사 서혜진(정려원)이 후배 강사와 학부모 상담 시뮬레이션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학부모 역할을 맡은 서혜진은, 독서 습관이 중요하다며 추천 도서 리스트를 꺼내는 후배 강사의 말을 자르며 "(됐고) 1등급이 가능하겠냐"고 연신 다그친다. 그 과정에 주체인 학생은 없다. 뒤틀린 교육 현장의 단면이 숨 막히게 드러나는 장면이다.
상담이 절실한 화두는 여기 또 있다. 대한민국의 인구 문제다. 지난해 미국 뉴욕타임스(NYT)에서 한 칼럼니스트가 "한국 인구가 흑사병이 창궐했던 14세기 중세 유럽에서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한 데 이어, 이달 국내에서도 간담 서늘한 전망이 잇따라 나왔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2024 인구보고서-인구소멸 위기, 그 해법을 찾아서'를 통해 "20년 후엔 우리나라에서 일할 사람(생산가능 인구) 1000만명이 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인구구조 변화를 진단해 대응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보고서의 목적이었지만, 현시점에서 보는 '대한민국 미래인구 40년'에 대한 전망은 암울했다. 2031년 국민 절반이 50세 이상이 될 것이고, 2050년 노인 인구가 역사상 최대 규모인 1900만명이 이를 것이며, 2060년엔 사망자가 출생자 수의 5배에 달할 것이라는 거다. 급기야 2065년엔 대한민국이 인구 3000만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상까지 더해졌다. 지금부터라도 변화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면 이런 미래를 맞을 것이라는 경고와 다름없다.
통계청 역시 이달 '장래인구추계 시도편: 2022~2052년'을 통해 2045년부터 세종을 포함한 17개 모든 시도에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까지 세종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자연 증가했는데, 20여년 후엔 세종마저 출생아 수를 사망자 수가 역전한다는 것이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유소년·고령인구를 뜻하는 총부양비는 2052년 전남(127.0명), 경북(125.4명), 경남(118.9명) 등 10개 시도에서 1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부양자보다 피부양자가 더 많아진다는 얘기다.
잇따른 아찔한 분석에 다급한 마음이 앞선 정부는 여전히 '눈에 보이는 1등급'에 목매고 있는 형국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가 비상사태라고 할 수 있는 저출생을 극복하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겠다"며 부총리급 총괄부처인 저출생대응기획부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시도가 이번에야말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가닿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목소리는 크지 않다. 정부는 이미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다양한 정책 사업을 추진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정부가 쏟아부은 저출산 예산은 38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그사이 합계출산율은 하락을 거듭해 지난해 0.72까지 고꾸라졌고, 국민 상당수는 여전히 인구 감소 현상의 심각성을 크게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확산과 양육 부담 축소, 주거 불안 해결 등은 인구 회복을 위해 하나같이 중요한 과제다. 그러나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주요 주체가 돼야 하는 국민 개개인의 인식 전환이다. '공부하는 이유'를 학생 스스로 체감하지 못하면, 강사와 학부모가 아무리 완벽한 1등급 만들기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해도 소용 없는 일이다.
김유리 전략기획팀 차장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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