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에코프로비엠 나란히 52주 신저가
지난해 말 대비 그룹 시총은 20조원 줄어
에코프로비엠 '매도' 보고서에 그룹사 전반 투심 위축
올들어 이차전지주들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차전지 대표주 중 하나인 에코프로 그룹의 시가총액이 20조원 이상 증발했다. 업황 우려에 실적 부진이 겹친 상황에서 증권사 매도 보고서까지 나오면서 단기 내 주가 부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아 보인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에코프로 그룹주들은 모두 4~5%대 하락세를 기록했다.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은 나란히 52주 신저가로 마감했다. 에코프로는 전장 대비 4.65% 하락한 9만300원으로 장을 마치며 지난 27일에 이어 이틀 만에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지난달 액면분할 이후 10만원대에서 출발한 에코프로는 9만원선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코스닥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은 이틀 연속 큰 폭으로 하락하며 주가가 20만원 아래로 내려왔고 18만7500원으로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그룹사 중 유일하게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는 에코프로머티의 주가는 지난 1월11일 장중 기록한 52주 신고가(24만4000원) 대비 약 3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든 상태다. 에코프로머티 주가는 전일 4% 가까이 하락하며 8만원선이 무너졌다. 에코프로에이치엔도 6% 넘게 하락했다.
그룹주들 전반적으로 올들어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룹 시총은 지난해 말 59조4516억원에서 28일 기준 38조7986억원으로 20억원 가량 증발했다.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가 그룹주 전반의 주가 약세를 야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이투자증권은 28일 보고서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밸류에이션 정상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투자의견을 기존 '보유'에서 '매도'로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도 기존 20만원에서 15만원으로 낮췄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주가 고점을 형성한 이후 지속적인 주가 하락세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밸류에이션 부담이 크다고 판단된다"면서 "에코프로비엠의 실적이 올해 상반기를 바닥으로 점진적인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에는 충분히 동의하나 북미·유럽 전기차 수요 부진, 양극재 판가 하락, 유럽과 신흥국 전기차 배터리 시장 내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 하락 등으로 인해 조정된 중장기 실적 전망치를 고려할 때 2027년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 26.1배에 달하는 밸류에이션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을 찾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포모(FOMO:상승장에서 나만 낙오될 수 있다는 공포감)'로 인해 나타났던 주가의 급등세가 부작용을 낳았고 지금은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실적 부진에 이어 2분기 실적 전망도 부정적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실적을 매출액은 8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5% 감소하고 영업손실 65억원으로 적자 전환할 것으로 추정했다.
에코프로비엠의 부진은 에코프로머티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력 고객사인 에코프로비엠의 재고조정 영향으로 상반기 실적은 부진할 것"이라며 "단기 수요 부진과 재고조정 및 판가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며 급격한 실적 악화를 경험 중이나 2025년 분위기 반전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머티의 매출 90%는 에코프로비엠에서 나온다. 계열사의 실적 부진으로 지주사인 에코프로 역시 실적 부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도 매출 대부분이 에코프로비엠에서 창출된다.
수직계열화의 영향으로 실적 부진이 그룹주 전체로 확산되는 모습이나 향후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에코프로는 리사이클부터 전구체, 양극제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인 클로즈드 루프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태용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 그룹의 클로즈드 루프 에코 시스템은 에코프로비엠(양극재), 에코프로EM(NCA), 에코프로머티(전구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리튬 가공), 에코프로CnG(폐배터리 재활용), 에코프로AP(고순도 산소 및 질소), 에코프로에이치엔(미세먼지 저감 솔루션) 등으로 구성돼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업스트림 밸류체인 내재화를 주도한 만큼 계열사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업계를 선도하는 만큼 업황 개선 시 높은 수혜 강도를 예상한다. 실적에 대한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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