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노인주택 짓겠다면 보조금" 민간 유인한 日정부
日 정부, 보조금·감세 정책 펼쳐
노인주택 신축·리모델링 모두 지원
중산층 노인주택 13년 동안 8300곳 신규 공급
보험사가 만든 중산층 노인주택 체인브랜드 등장
'그레이프스', '센포의 집 S', '라비 레지던스'. 일본의 유명 노인주택 브랜드다. 모두 중산층 노인을 위한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이다. 세 개 브랜드를 합쳐 일본 전역에 146개 주택이 흩어져 있다. 일본의 대형 손해보험회사 솜포그룹의 자회사 솜포케어가 운영하는 브랜드들이다. 2018년 문을 연 솜포케어는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도 운영하는 노인주택 산업 1위 업체다. 민간 업체가 단시간 내 이같이 노인주택을 확대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정부의 지원금이 큰 역할을 했다.
건설비용 10%까지 보조금 줘
우리나라처럼 일본도 과거에 중산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겪은 것이다. 일본 정부는 돌봄이 필요하나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중산층 노인들에게 선택지를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국토교통부에 해당하는 일본 국토교통성은 중산층 노인들이 사는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을 짓기 위해 ‘보조금’과 ‘감세’ 정책을 펼쳤다.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에 2011년부터 지금까지 13년 동안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은 일본 전체에 약 8300개가 생겼다.
먼저 국토교통성은 민간기업들에 건설비용의 최대 10%까지 세금으로 지원했다. 100억원짜리 공사면 최대 10억원까지 정부가 도와줬다. 부부가 들어가 살 수 있는 2인실은 호당 약 135만엔(약 1200만원)까지 보조금이 나왔다. 1인실은 전용면적 25㎡(7.5평) 기준으로 그 이하면 70만엔(약 620만원), 이상이면 120만엔(약 1000만원)까지 제공했다.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에너지를 자체 생산하는 '제로에너지 하우스'로 지으면 보조금 한도액이 1.2배 늘어났다.
원래 있던 주택을 리모델링해서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으로 만들어도 지원금이 나왔다. 공용식당을 만들려고 벽을 뜯어내거나, 현관이나 화장실의 문턱을 없애거나, 난방비를 줄이려고 새시를 새로 바꿀 때 정부가 총비용의 30%씩 보조금을 대줬다.
과거 일본 정부는 사회복지법인이나 비영리법인만 노인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규제했다. 하지만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2011년을 기점으로 민간기업들이 사업 주체가 되도록 시장을 개방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자문을 맡은 이와나 레이스케 미쓰비시UFJ 리서치 책임연구원은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이 많이 늘어난 데에는 보조금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산세·취득세도 감면
감세는 재산세와 취득세 중심으로 이뤄졌다. 5년 동안 지방정부가 조례로 정하는 비율에 따라 50% 이상 80% 이하 범위 내에서 재산세를 덜어줬다. 취득세는 건물 실내 면적의 2배에 해당하는 토지 면적에 적용되는 세액을 경감해줬다.
기업들이 건물을 지을 때 이런 혜택만 받고 용도를 바꿔버리는 것을 방지하는 장치도 만들었다. 보조금을 받은 사업자는 최소 10년 동안 해당 건물을 서비스제공형 고령자주택으로 등록하고 운영해야 한다. 임대료 상한액은 지방정부가 정한 대로 따르고, 인근 주택의 임대료와 크게 차이 나지 않게 조절도 해야 한다.
구독자 200만명이 넘는 노인주택 전문 유튜브 채널 ‘공빠TV’의 문성택 대표는 "일본은 정부 지원으로 인해 중산층 노인주택 산업화가 가속화될 수 있었다"며 "그동안 사회복지 차원에서 운영되며 ‘요양시설’로만 부각되던 노인주거시설 영역에 민간기업이 들어서며 활성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나가와(일본)=특별취재팀>
[12]"노인주택 짓겠다면 보조금" 민간 유인한 日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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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 ayms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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