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옵션 시장, 9월 인상 확률 18% 반영
"파월, 발언 번복 시 최악의 시나리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일축했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금리 인상에 베팅하는 투자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인플레이션 상황에 대한 파월 의장의 오판과 발언 번복이 지속되면서, 전날 예상보다 비둘기파적(통화완화 선호)인 그의 발언이 또 다시 빗나갈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 역시 흘러나온다.
2일(현지시간) 미 국채 담보 환매조건부채권 1일물 금리(SOFR) 옵션 시장은 이날 기준 Fed가 오는 9월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을 18% 반영하고 있다. 12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은 20%가 넘었다.
파월 의장이 전날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unlikely)"고 했지만 일부 트레이더들은 Fed의 다음 행보가 인상이 될 것이라는 데 베팅 중인 것이다. 투자자 일부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전날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확신이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긋는 등 모호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한 경로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기까지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다음 정책 금리 행보가 인상이 될 가능성은 낮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메시지를 우려했던 시장은 일단 파월 의장의 발언을 비둘기파적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 강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차단한 파월 의장의 단정적인 발언이 오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3월 초 물가 상승률이 2%로 둔화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기까지 "멀지 않았다"고 했지만 한 달여 만인 4월 중순 "2% 목표 달성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도 파월 의장은 1~2월 인플레이션 상승을 계절적 요인 탓으로 봤다. 하지만 3월 인플레이션 지표가 나온 후 고물가가 장기화될 것이라고 판단을 바꿨다. 이보다 앞선 2021년 하반기까지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고 밝혀 늑장대응이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세계 최대 채권 운용사 핌코(PIMCO)의 전 최고경영자(CEO)였던 모하메드 엘 에리언은 "파월 의장은 올해 첫 석 달 동안 예상보다 높은 물가와 인건비 인플레이션을 무시함으로써 초반에 (채권) 금리의 상당한 하락과 주식 상승을 촉발했다"며 "파월 의장의 과거 기자회견 언급을 보면 몇주 후 공개되는 회의록에서 알 수 있듯 실제 정책에 대한 위원회 논의보다 더 비둘기파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경제 상황을 보면 Fed가 경제에 크고 불필요한 피해를 가할 의지가 없다면 2% 목표치를 달성할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내다봤다.
인플레이션 강세가 지속되고 파월 의장이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면 통화정책에 대한 신뢰가 훼손될 수 있다는 경계감도 팽배하다.
글로벌트 인베스트먼츠의 케이스 부차난 수석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만약 Fed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을 뒤집어야 한다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라며 "파월 의장이 2021년에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이라고 언급한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수사는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간주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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