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밖에 나가지 못한 관악구 은둔형 청년 A씨 찾아 사례관리 통해 밖으로 이끌어내 보람...무허가 단칸방에 살아 집 옮겨 환경 개선 계획도 가져
“처음 집을 찾아갔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2~3번 정도 찾아갔더니 저희를 쳐다보기 시작하더군요”
서순자 관악구 통합사례관리사(사회복지사)가 4월 30일 오후 구청에서 만나 20년 넘게 집에만 은둔하며 살아온 A씨를 세상 밖으로 끌어낸 내용을 중심으로 이같이 말했다.
지난 1월 관악구에 20년 넘게 집에서만 살며 밖으로 나가지 않은 은둔형 아들을 둔 아버지로부터였다. 당시 아버지는 “아들이 20년 넘게 집에서 나가지 않고 생활하고 있어 걱정”이라며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관악구는 복지정책과 희망복지팀(팀장 김미경) 소속 서순자 통합사례관리사가 중심이 돼 A씨에 대한 사례 관리에 들어갔다.
서 관리사는 심리상담사와 함께 매주 화요일 오후 4시 A씨 집을 찾는다. 5번째 방문했을 때 “밖에 나가보자”고 제안했고 처음 골목길에 나간 후 카페, 동주민센터, 하늘공원까지 함께 걸을 수 있었다.
하늘공원에 갈 때는 김밥도 가져가 함께 먹자고 했더니 먹지는 않고, 집에 가자고 해 들어왔다는 사연도 전했다.
서 관리사는 “특히 요즘엔 A씨가 골목길을 걸으면서 주위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것을 보여 세상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또 서 씨가 상담을 마치고 돌아갈 때는 A씨가 창문을 통해 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 집을 찾아갔을 때 이불을 뒤집어쓰고 말도 하지 않았는데 이 정도 변화만 봐도 엄청난 변화라고 즐거워했다.
요즘엔 함께 뻥튀기, 풍선 게임을 할 정도로 발전했다. A씨는 어려서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아버지와 좁은 방에서 살아왔다. 아버지는 공사 중 다친 팔이 아파 일도 하지 못한다. 서 씨는 “A씨는 어려서 버림받은 상처로 인해 은둔형이 됐지만, 심성은 엄청 순한 청년”이라며 “본인 스스로 장을 보고 외출하는 정도가 될 수 있으면 성공으로 본다”며 “아버지가 안 계실 때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도 아들이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보며 삶의 의욕을 느끼고 있는 듯 집을 찾아가면 “웃는 얼굴로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관악구는 A씨를 사회로 이끌기 위해 여러 복지관에서 반찬도 만들어 주는 등 관심을 보인다.
사례관리대상자 176가구 중 1인 가구가 전체 77%를 차지하는 관악구는 이런 1인 가구 청년들과 은둔형 청년들의 사회 관계망 형성을 위해 ‘마실학교’를 운영, 1대1 요리교실 등을 하고 있다. 서 관리사도 A씨 집을 찾아가 요리를 함께하면서 소통을 강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 관리사는 “아직 나이가 젊은 청년이 세상 밖으로 나가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너무 보람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이끌어 오기 위해서는 어려움도 많았다는 점도 설명했다. 성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끊임없이 대화하면서 감정적 소모가 많은 일이라는 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 관리사는 “계속해서 전문성과 스킬을 개발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사례관리에서 변화를 보면서 보람과 힘을 얻어 다른 사례 관리에도 정성을 다하겠다”고 맺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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