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PI 대체할 '차세대 위장약' P-CAB
이노엔 '케이캡'·대웅 '펙수클루' 이어 승인
국내 이어 세계 시장 장악 나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개발에서 국내 제약업계가 세계를 리드하고 있다. 3번째 국산 신약이 나오면서 글로벌 시장 장악까지 기대된다. 기존 약보다 효능과 편의성을 모두 끌어올린 새 제제인 칼륨경쟁적 위산분비 차단제(P-CAB)에 주력한 효과가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정을 국산 37호 신약으로 24일 허가했다. 제일약품 자회사인 온코닉테라퓨틱스가 개발한 P-CAB 의약품이다. 자스타프라잔 성분을 쓰는 자큐보는 PPI 제제 중 에소메프라졸을 비교군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치료율이 더 높게 나와 신약 승인을 받았다. 이 약은 올해 중 출시 예정이다.
현재 위식도질환역류제 치료제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약은 위산 생성과정에 개입하는 수소이온펌프 저해제(PPI)다. 2세대 약인 PPI는 위산 분비 전에 약효가 발효돼야 하므로 반드시 식사 전에 먹어야 하고, 효과 발현까지 길게는 3~5일이 걸리는 등의 한계가 있다. 약 성분이 몸에서 빠르게 배출돼, 저녁에 약을 먹으면 수면 중에 약효가 떨어져 위산이 분비되는 바람에 속쓰림을 겪는 문제도 있다. P-CAB은 3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분류하는데, PPI보다 근본적인 기전으로 위산 분비를 막는다. 식사와 관계없이 아무 때나 먹어도 되고, 약효도 더 빠르고 길게 나타난다.
P-CAB은 이와 같은 장점을 토대로 빠르게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처방액 상위 10개 품목 중 PPI 계열 제품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현재 시장에 출시된 P-CAB 제제인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는 매출이 성장했다. P-CAB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말 기준 17%에 이어 1분기에는 20% 수준까지 올라갔다.
국내 P-CAB 처방의 쌍두마차인 케이캡과 펙수클루는 적응증을 늘리면서 매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는 원래 적응증 외에도 헬리코박터파일로리균의 제균요법, 위궤양·위염 등의 치료까지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캡은 미란성·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을 포함해 헬리코박터균 제균, 위궤양 등의 적응증을 확보했다. 미란성은 위벽이 벗겨져 염증이 생긴 상태를 뜻한다. 펙수클루도 위염까지 적응증을 확대했다. 온코닉테라퓨틱스 역시 자큐보의 적응증을 위궤양 등으로 넓히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P-CAB 시장은 급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CC 리서치는 세계 주요 17개국의 P-CAB 시장이 2015년 원화 기준 610억원에서 2030년에는 1조8760억원으로 연평균 25.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자큐보 승인으로 전세계에서 상용화 단계에 들어선 P-CAB 제제 중 3종이 국산 신약이 됐다. P-CAB 글로벌 첫 승인은 2015년 일본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이지만, 2019년 케이캡의 첫 국산 신약 승인 이후 펙수클루, 자큐보까지 가세했다. 이외에는 중국 케어파제약의 베이웬 정도가 세계 주요국에서 승인된 P-CAB 신약의 전부다.
국산 P-CAB은 국내 처방시장 선전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케이캡은 한국 외에 아시아와 남미 7개국에서 이미 제품이 출시됐다. 이를 포함해 총 45개국에 기술 또는 완제품 수출 계약을 맺은 상태다. 펙수클루도 필리핀과 남미 3개국에서 품목허가를 받으며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는 자큐보 개발을 바탕으로 주식 시장에 상장해 후속 연구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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