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비상경제장관회의 개최
유류세 인하조치 9번째 연장 결정
이란·이스라엘 확전 불안에 유가↑
국내유가도 들썩…물가 또 오르나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두 달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중동사태 불안에 따라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며 “민생의 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현재 유류세 인하 조치와 경유·CNG 유가연동보조금을 오는 6월 말까지 2개월 추가 연장하겠다”고 말했다.
유류세는 휘발유가 ℓ당 615원, 경유 369원, 액화석유가스(LPG)·부탄 130원이다. 탄력세율 적용 전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25%, 경유·LPG·부탄이 37% 저렴하다. 이번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은 9번째다. 정부는 2021년 11월부터 유류세를 인하해왔다. 애초 6개월 한시로 시작했지만 이후 8차례 연장했다.
국제유가 작년 10월 이후 6개월 만에 최고가
연장을 결정한 이유는 중동지역 확전에 대한 불안감이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에 최대 수백 대의 무장 드론과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1일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위치한 이란 영사관을 폭격한 지 10여일 만에 이뤄진 본토 공격이다. 이스라엘은 이란에 재보복까지 예고한 상태다.
두 국가 간의 분쟁이 전쟁으로 번지면 유가공급은 직격탄을 맞게 된다. 중동지역은 세계 원유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이란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서 원유 생산량이 세 번째로 많다.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더 오를 수 있다. 호르무즈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잇는 좁은 해협으로, 중동 산유국의 주요 수출 통로다. 세계 석유 6분의 1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데, 국내로 들여오는 중동산 원유도 이 해협을 통해 들어온다.
국제유가는 이미 지난해 10월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지난 12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장중 배럴당 87.67달러까지 올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오는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이 92.18달러까지 오르는 모습도 보였다. 장중 가격도 WTI는 0.64달러 오른 85.66달러를 기록했고, 브렌트유 역시 0.71달러 오른 90.45달러로 마감했다.
향후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에너지 컨설팅회사 래피던 그룹의 밥 맥널리 대표는 미국 CNBC 방송에서 “무력 충돌이 국제 원유 주요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 봉쇄로까지 이어진다면 유가가 배럴당 120~130달러대로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내 기름값도 들썩…물가 또 오르나
국내유가도 들썩이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ℓ당 1673.3원을 기록해 전주 대비 26.3원 올랐다. 이달 초에 이어 2주 연속 오름세다. 이날 기준으로는 1689.54원으로 1700원대에 근접했다.
기름값 인상은 전반적인 국내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3.1%로 두 달 연속 3%대를 기록했다. 석유류 물가는 지난 2월 국제유가 상승분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1.5%에서 1.2%로 상승 전환했다.
정부는 현재까지 원유수급과 공급망에 차질이 없지만 전개 양상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부총리는 “매일 관계기관 합동 비상대응반을 가동해 사태 추이와 국내외 경제·금융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겠다”며 “상황별 대응계획에 따라 신속히 대응하고, 금융·외환시장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서는 적기에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경제부처 모두 원팀이 되어 당면 불확실성이 해소될 때까지 모든 정책역량을 결집하겠다”면서 “민생안정에 최선을 다하라는 국민의 뜻을 재정전략회의, 세제개편안, 예산안 등에 확실하게 담겠다”고 덧붙였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