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유럽 매출, 국내 매출 처음 넘어서
최근 5년 연평균 유럽 매출 20% 이상 성장
2027년께 유럽 공장 설립…공격 투자 예고
시장 맞춤형 R&D 전략 적중
금호타이어가 유럽시장에서 거둔 매출이 국내시장을 넘어섰다. 최근 5년간 유럽에서 연평균 20% 이상의 꾸준한 매출 성장을 이룬 결과다. 유럽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확인한 금호타이어는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공격 투자를 단행할 계획이다.
3일 금호타이어의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금호타이어 유럽 매출은 9708억원으로 국내 매출(7671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단일 시장 기준으로 2022년 북미 매출이 국내를 추월한 데 이어 지난해 유럽에서도 국내보다 더 많은 매출을 벌어들인 것이다. 불과 3년 전까지 금호타이어의 유럽 수출 물량은 500만본 규모였다. 올해는 확보한 계약 물량만 1500만본에 달한다.
같은 기간 시장별 매출 증가율을 보면 국내는 전년비 2% 줄었고 북미가 8% 성장에 그쳤다. 반면 유럽 시장은 44%로 큰 폭 성장을 나타냈다. 경쟁사인 한국타이어, 넥센타이어의 유럽 매출은 각각 27%, 6% 성장했다.
매출 성장에는 유럽 시장 특성을 고려한 연구·개발(R&D)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유럽은 계절별 타이어 구분 장착이 명확한 시장이다. 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 겨울철엔 윈터 타이어가, 여름엔 게릴라성 호우에 대응해 빗길 제동 성능이 극대화된 타이어 장착이 필요하다.
유럽에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파워가 약한 금호타이어는 동일한 성능의 타이어를 30% 이상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전략을 내세울 수밖에 없었다. 독일에서 판매되는 교체용 18인치 올시즌 타이어(245/45/18) 기준으로 프리미엄 브랜드인 미쉐린 타이어 가격을 100으로 놓고 봤을 때 금호타이어 가격은 74 수준이다. 두 타이어의 연료 효율·빗길 제동·소음 등급은 같다.
현재 유럽 수출 물량의 대부분은 국내·중국 공장에서 생산해 배로 실어 나른다. 생산·물류비 최소화가 우선 과제다. 이를 위해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수주-생산-배송 등 전 공급망에 걸친 프로세스 개선 작업에 돌입했다. 주문이 들어온 시점부터 생산과 배송 현황을 구매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공정별 소요 시간을 줄이는 데 신경을 썼다. 현지 물류 창고를 늘려 구매자의 납기 요청일을 최대한 맞추도록 했다.
금호타이어는 유럽 시장에 완전히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현지 생산시설이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 프리미엄 완성차 대상으로 OE를 수주하려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2027년을 목표로 유럽 공장 설립을 계획 중이다. 현재 최종 후보지 4곳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으며, 초기 가동 규모는 600만본에서 시작해 1200만본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강승 금호타이어 유럽본부장(전무)은 "적극적인 점유율 확대와 프리미엄 브랜드로 진입을 위한 충분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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