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닛산 공급설 '솔솔'
SK온이 일본 완성차 업체 닛산자동차와 배터리 공급에 가까워지고 있다. 공급이 성사되면 SK온은 한국·미국·일본·유럽 등 주요국 완성차 기업들과 모두 손을 잡게 된다.
18일 배터리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닛산은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SK온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닛산이 조만간 발표할 '3개년 중기 경영 계획'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현재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중국 기업인 '엔비전AESC'의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는 미국에서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앞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배터리 공급사 교체를 검토 중이고 SK온을 배터리 공급기업으로 낙점하는 분위기다. 닛산은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타사와 제휴를 강화할 계획으로 혼다와의 부품 공동 조달 등도 검토하고 있다.
SK온이 닛산과 계약을 맺는다면 처음으로 일본 완성차 업체와 손을 잡게 된다. 닛산 역시 배터리 다변화는 전기차 시장 확대를 위해 필수다. 오는 2030년까지 북미의 전기차 판매 비중을 4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SK온은 한국의 현대차, 미국에서는 포드, 유럽의 경우 폭스바겐·벤츠 등 주요 시장의 완성차 업체들에 배터리를 공급해왔다. 닛산은 도요타, 혼다와 함께 일본 3대 완성차 기업에 속한다.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 공급 기업과 국가가 다양해지는 것은 특정 수요처의 업황 등락에 따라 실적이 흔들리는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SK온 측은 고객사와 관련한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닛산과의 협력은 무르익는 모습이다. 닛산 임원진이 지난달 말 SK온 충남 서산 공장을 방문했고 외신 보도 등을 종합할 때 공급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SK온의 지난해 말 수주 잔고는 2022년 말 대비 110조원 증가한 400조원 수준으로 집계됐는데 닛산과의 공급이 현실화하면 이 같은 수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미 시장에서의 배터리 판매량·공장 가동률 상승도 기대된다. SK온은 현재 조지아에 단독으로 지은 공장을 통해 21.5GWh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합작 공장이 아니고 SK온 단독 공장인 만큼 공급을 탄력적으로 조율해 계약만 된다면 빠른 시기에 공급에 나설 수도 있다.
당초 전방 수요 악화로 올해도 턴어라운드(흑자 전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SK온의 실적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석희 SK온 사장은 최근 민관합동 배터리 얼라이언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구원투수로 나선 각오'에 대해 "흑자 전환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올해 안에 한번 해보자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말 SK온 사장에 취임한 후 흑자 전환 시까지 자진해서 연봉 20%를 반납하고, 임원들의 '오전 7시 출근'을 지시하는 등 체질 개선에 대해 힘을 주고 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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