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정 양립 제도 쓸 분위기 정착돼야
공시 등 제도적 보완도 필요
"성평등한 국가일수록 출산율 올라"
전문가들은 출산율 회복을 위해 공공기관부터 성평등한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등 일·가정 양립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정착시키고, 성별 쏠림을 막을 제도적 보완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본부장이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을 통해 발표한 '사회경제적 발전에 따른 출산율과 성평등의 관계에 관한 연구(2023)'에 따르면 선진국(후기 산업화 국가)으로 갈수록 개인별 성평등을 넘어 가족 내 부부 역할, 직장과 공공영역 등 조직 내에서 남녀 역할이 평등하게 수행될 때 출산율이 높아졌다. 이 본부장은 “정부 개입이 상대적으로 용이한 공공기관부터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등 일·가정 양립을 위한 제도를 시행해야 한다”면서 “이런 시도를 통해 사회 전반의 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숙진 두이에스지 대표 역시 "공공기관은 민간기관에 비해 육아휴직이나 가족돌봄휴가 등 제도적 보장이 갖춰져 있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중 남성(5366명)은 22.46%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남성육아휴직 쿼터제 실시 등 남녀 모두 육아휴직의 실질적 사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이어 "공공기관 여성의 근속연수가 남성에 비해 짧은 이유는 승진·승급에서의 유리천장이 여전하고 일가족 양립 제도가 정착돼 있지 않아서”라며 “공공기관부터 직급별 성별 임금 격차와 직급별 성별 근속연수 등의 자료가 공시되는 ‘성평등임금근로공시제’가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공시를 넘어 성별 쏠림을 막는 제도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022년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대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개정안은 공공기관을 제외한 민간 기업만을 대상으로 한다. 영국은 공공기관장을 임명할 때 청렴성, 능력, 인사 과정의 투명성, 신뢰성 확보, 선임의 공평성 등과 함께 다양성을 주요 원칙 중 하나로 삼는다. 공공인사는 성별, 장애, 인종 등 현실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복실 전 세계여성이사협회 한국지부 회장은 "한국의 경우 민간에서는 제도가 마련돼 있고, 기업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공공기관에는 관련 법이 없다"며 "공공기관에도 민간처럼 여성 고위직 확대를 위한 의무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평등과 출산율은 실제로 상관관계가 있을까. 대부분 국가에서 성평등 격차가 작을수록 출산율이 높아지는 경향을 나타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지난해 발표한 세계 성 격차 지수 보고서에서 14년째 연속 1위를 차지한 아이슬란드(0.912)의 출산율은 1.8명이다. 성 격차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성평등이 잘 이뤄져 있다는 의미다. 이어 격차가 적은 2~5위권 국가인 노르웨이(0.879), 핀란드(0.863), 뉴질랜드(0.856), 스웨덴(0.815)의 출산율도 평균 1.6명대를 기록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꾸준히 높은 출산율을 지속하고 있는 국가를 살펴봤더니 첫 번째로 성평등한 국가고, 두 번째로 여성 고용률이 80%에 이르는 즉, 남성 고용률과 격차가 없는 국가였다”며 "임금 격차가 줄어들고 남녀가 육아를 함께 수행하게 되면 노동시장에 진입할 때도 성별을 따지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들이 임금 격차를 줄여나가면서 경력이 단절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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