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판매 여부 기준 아쉬워하는 가입자
정치권 "65세 이상 노인 100% 배상해야"
'DLF 사태보다 꼼꼼' 긍정 반응도 나와
금융당국이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사태 관련 분쟁 조정기준안을 내놓은 가운데 가입자들과 정치권에선 여전히 ‘불완전판매’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당국이 세부적인 부분을 신경 썼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법률검토로 인해 최종 배상안이 나올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11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ELS 조정안에 대해 2021년 1월 6억 규모 상품에 가입한 피해자 A씨는 “사기를 쳤는데 사기 친 경중에 따라서 (배상)한다는 건 틀린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원금 보상을 받아야 하고 그다음에 (정신적) 피해 배상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은행에서 투자 위험성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며 적금으로 생각해 가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류에 사인은커녕 서류 자체를 본 적도 없다. 문제 터지고 나서 보니 서류에 있는 사인이 복사 붙여넣기한 듯 똑같은 모양이었다”며 이는 불완전판매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투자 가입 경험과 상품 이해도에 대한 판단 기준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가입자도 있다. 2015년부터 예금자 보험금 지급 한도인 5000만원씩 34차례 가입한 B씨는 “예·적금이라고 생각해 더 조심하고 (예금자보호 보험금의 한도를) 신경 쓴 건데 가입 횟수가 많다고 배상 비율을 깎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전했다. 당국이 발표한 조정안에 따르면 ELS 상품을 34회 가입할 경우 투자 경험이 있다고 판단해 배상 비율이 5%포인트 깎인다.
이어 “과거 지연 상환된 적 있지만 ‘괜찮으니 기다려라’는 말만 들었다”며 “어차피 3년 만기니까 별일 아니라고 생각해 지나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연 상환 경험이 있으면 ELS 상품 이해도가 높다고 평가해 배상 비율이 5%포인트 추가로 깎인다.
정치권에서는 노년층 가입 등에 대해 불완전판매가 인정되면 완전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의원실에선 “피해자 중 65세 이상 가입자나 치매 노인 같이 불완전판매가 확실하게 인정되는 경우에는 100% 보상해야 한다”며 “이번 사태는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보다 더 불완전판매가 확실한 것으로 보여서 당시 배상안보다 낫지 않으면 피해자들이 동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은행들은 과거 DLF 분쟁조정안과 달리 세부 조정이 가능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DLF 때는 일괄적으로 최저-최대치를 설정하고 여기에 따라 자율적으로 조정했었다”며 “이번 ELS 분쟁조정기준안은 굉장히 세부적으로 조정할 수 있고 판매사와 고객 모두를 고려해 케이스별로 접근할 수 있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조정안이 발표됐음에도 법률검토가 필요해 배상 확정까지 시간이 다소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오늘 발표된 조정안을 보면 가입자별로 워낙 다양한 케이스가 존재하다 보니 케이스마다 추가적인 법률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주 기자 ange@asiae.co.kr
오규민 기자 moh0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