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예방 관리 미비, 소방차 진입 어려워
주택 화재 원인, 부주의가 절반 이상
자취생들이 주로 찾는 원룸이나 빌라들이 화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교적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는 봄철에는 화재 발생 가능성도 높은 만큼 ‘자취 새내기’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7일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2~2021년) 연평균 주택화재 발생 건수는 7647건, 주택화재로 인한 사망자 수는 145명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달 22일 경남 통영시와 밀양시 원룸·단독주택에서 부주의로 인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1명이 다쳤다. 이어 26일에는 충북 충주시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불이 나 거주자 1명이 다쳤다.
2012년 2월부터 시행 중인 소방시설법상 단독·다가구·연립·다세대 주택 등에는 주택용 소방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돼 있다. 소화기는 세대별, 층별 1개 이상씩 설치해야 하며, 단독경보형 감지기(연기로 화재를 감지해 자체 내장된 전원으로 경보음을 울려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게 하는 장치)는 구획된 실마다 1개씩 설치토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2020년 인구주택 총조사 당시 전국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율은 35.4%에 그쳤다.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처벌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원룸의 경우 주거용으로 등록되지 않아 주택용 소방시설에 대한 의무가 없는 곳이 대다수다. 소방 관계자는 “소화기와 단독 경보용 감지기(화재 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서 현행법상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원룸과 빌라 등이 밀집한 지역은 골목이 좁은 탓에 소방차량의 진입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소방청의 건축위원회 표준 가이드라인을 보면, 공동주택의 경우 단지 내 폭 1.5m 이상의 보도를 포함한 폭 7m 이상의 도로를 설치해야 한다. 100세대 미만이고 막다른 도로로 길이 35m 미만의 경우는 4m 이상으로 설치하는 것이 허용된다.
이들 지역 대부분이 노후한 곳이라 길게 늘어진 전선들도 화재 진압에 방해가 되는 요소다. 소방차 출입이 방해되지 않는 높이는 5m 이상이지만, 전봇대에는 전선이 길게 늘어질 경우 도로부터 전선까지 높이가 3m가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소방차 진입 시 절연봉으로 전선을 치우는 작업을 병행해야 해 신속한 화재 대응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임대업자와 거주자들의 안전불감증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서울 성북구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원룸 임대업을 하는 강모씨(79)는 “화재감지기는 냄새가 조금만 나도 울려서 설치 안 했다”면서 “그래도 소화기는 필요할 것 같아 방마다 하나씩 구비해 뒀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주택화재 원인별 발생 현황에서도 부주의(54.2%)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두 번째로 많은 화재 원인이었던 전기적 요인(22.6%)보다 2배 높은 수치다.
전문가들도 공동주택 화재 예방은 결국 개개인의 주의가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좁은 골목에 있는 건물의 경우 물리적으로 공간 문제를 해결하기도 어렵고, 소방관이 일일이 모든 건물을 다니면서 점검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개개인이 화재 예방에 힘쓰고 도움이 필요할 경우 소방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필요하고, 지역 소방서에서는 소방 활동에 대한 계획을 면밀히 세워 접근성 한계를 최소화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심성아 기자 hea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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