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회 산업발전포럼 '전기차시장 진단 및 발전전략'
한국만 작년 전기차 판매대수 전년比 -4.3%
"세액공제 기한연장, 고속도로 휴게소 등 충전기 확보"
작년 한국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가 전년 대비 4.3%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경쟁국 판매 대수가 느는 와중 한국만 '역주행'한 것이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22일 오전 10시 '47회 산업발전포럼'을 온라인 개최했다고 밝혔다. 주제는 '전기차 시장 진단 및 발전 전략'이었다.
강태일 산업연합포럼 수석연구원은 주제 발표에서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몇 년간 68~12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 전기차 누적 판매 대수는 1066만대로 전년(814만대) 대비 31.1% 늘었다.
문제는 한국만 유일하게 판매 대수가 줄었다는 점이다. 한국은 4.3% 감소한 16만7000대를 기록했다. 미국 49%(111만8000대), EU 38%(217만8000대), 중국 25%(667만7000대), 일본 46%(8만7000대) 등은 판매 대수를 늘렸다.
강 수석연구원은 판매 대수 감소 원인으로 각국 구매 보조금 폐지·삭감, 충전시설 부족과 고장, 배터리 안전 문제 등을 꼽았다. 지난 6일 환경부는 보조금 전액 지원 차량가를 5700만원 미만에서 5500만원 미만으로, 상한금액을 680만원에서 650만원으로 각각 강화하는 보조금 개편안을 발표한 바 있다.
강 수석연구원은 우선 급속충전 수요가 높은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 충전기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 충전 인프라는 충전기 1기당 전기차 2대 수준으로 세계 최고다. 급속충전기가 공공시설(23%), 주차장(18%), 상업시설(14%), 공동주택(13%)에 설치된 게 문제다. 수요가 많은 곳에는 충전기가 부족하고 적은 곳에 몰려 있다는 이야기다. 고장도 자주 난다. 강 수석연구원은 "전기차 이용자 30%가 공용 충전기가 고장 나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세액공제 기한을 늘릴 필요도 있다고 봤다. 강 수석연구원은 "국가 전략기술 세액공제와 임시투자세액공제 기한을 늘려야 한다"며 "국가 전략기술 시설투자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도 지원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고성능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전고체 배터리 개발 등 지원을 통해 배터리 가격 경쟁력 및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겸 산업연합포럼 회장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꺾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부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시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등 정책 변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이미 미국 내 전기동력화 투자가 상당히 이뤄졌고 공화당 의원 대부분이 이를 지지하는 만큼 전기동력화 전환 추세를 반전시킬 수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 부회장은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 지원을 늘리고 보조금 정책을 효과적으로 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부회장은 "희토류·배터리 등 광물 개발과 소재산업 육성, R&D와 시설투자 지원을 확대해 전기동력화 경쟁력을 보강하고 전기동력차 국내 제작에 대한 효과적 보조금 정책 추진을 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시장 여건을 개선하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불가피하게 중국 전기차가 국내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기차 판매 대수가 정부 목표의 3분의 1도 안 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경선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상무는 2030년 정부 보급 목표(전기차 420만대, 수소차 30만대)를 달성하려면 매년 60만 대를 보급해야 하는데 작년 판매량이 16만7000대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작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수요가 급감해 역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윤 상무는 정부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2030년까지는 보조금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요 회복 시까지 충전 요금 할인 특례를 한시적으로 부활시키고 전기차 세제 혜택도 2030년까지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공동주택 지정 주차제 등을 통해 집에서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무엇보다 전기차 사용자가 체감할 수 있도록 강력한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고 했다. 인센티브 예로는 고속도로 전용차선 허용, 친환경차 전용차선 설치, 거주자 우선 주차 배정 시 우선순위 부여, 차량사물통신(V2X) 인프라 및 제도를 마련해 배터리 전기 거래 시스템 구축 등을 들었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회장은 한국 공공 충전기 고장률이 7~10%라고 했다. 그는 "급속 충전기가 필요 없는 공동 주택에 주로 설치된 결과 급속 충전기 가동률은 (하루 24시간의) 10%도 안 되는 평균 2시간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충전기 수를 늘리기보다 이미 설치된 충전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선제적 수요지 조사를 통해 급속 충전기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문채석 기자 chaes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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