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협상테이블 해법으로 제안
의사 부족 현실, 의대 정원 증원 필요
정부·의료계 '투명한 정보 공개' 요구
임정묵 서울대 교수협의회장은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의료계가 집단행동에 나선 데 대해 “정부는 의사들을 자극하는 조치를 풀고, 의사들은 병원으로 돌아와야 한다”며 “하다못해 노사협상처럼 시한이라도 정해서 서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임 회장은 21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격”이라며 “너무 과격하게 하지 말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1960년 출범한 전체 교수들의 자치단체다. 교수협의회장은 교수들의 대표로, 간선제인 총장 선출과 달리 모든 전임교수가 참여하는 직선제로 뽑힌다. 임 회장은 서울대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일본 오카야마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미국 루이지애나대 연구원, 차의과학대학을 거쳐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 식품·동물생명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난 19일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에 대해 서울대 교수협의회는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했다. 임 회장은 “의사들이 병원을 자꾸 떠나니 국민들은 불안하고, 실질적으로 절박한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여론이 의사들한테 좋지 않은 이유”라며 “교수들 입장에서는 의사와 학생들의 피해를 막는 것은 당연하다. 국민들의 피해 역시 두고 볼 순 없다”고 교수협의회 차원에서 입장을 낸 배경을 설명했다.
임 회장은 의사 부족은 현실이고,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분명한 사실은 지금 의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진짜 의사의 절대 수가 부족한지, 배분의 문제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면서도 “해법은 간단하다. 의사 현황·수요 예측, 입시·교육에 미칠 영향, 사회·지역 발전 측면 등 모든 것을 면밀히 검토해서 진행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다만 급격한 의대 정원 증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회장은 “일반적으로 의대는 실습 교육 위주이다. 예를 들어 의사 인력, 시신 확보 등이 완벽히 이뤄져야 한다”며 “당장에도 일부 지방 의과대학이 폐교가 이뤄지고 잘 돌아가지 않는 원인이다. 인적·물적 인프라를 면밀하게 파악해야 의학교육이 부실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 교육이 입시 중심이고, 학부모나 학생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다”며 “의대를 가지 못한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간 애들한테는 불필요한 자부심을 심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부와 의료계의 투명한 정보공개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대화의 출발점은 정보 공유이다. 정부는 충분히 분석한 수치라고 하고, 의사들은 아니라고 해서 발생한 문제가 아닌가. 정부와 의료계 모두 정확한 자료와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며 “정부는 2000명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고, 의사들도 받아들일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마주 보는 기차처럼 달리고 있다. 서로 우리는 우리 갈 길 간다는 식으로 해버리니까 파국이다. 결국 국민들만 힘들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오픈 협상 테이블’을 제안했다. 임 회장은 “양측이 조사한 것을 서로 제시하고 맞춰가면서 그 과정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며 “500명이 될 수도, 3000명이 될 수도 있다. 진짜 배분의 문제라면 증원은 필요 없을 수도 있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서로를 믿고, 원점부터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필수·지역의료 인력 부족 문제는 의대 정원 증원 외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봤다. 임 회장은 “의대생들이 성형외과, 피부과 등으로 가는 것은 경제적 안정성, 적은 의료사고 등 생존권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무조건 공익만 앞세워 가라고 할 수도 없고, 단순 의료수가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의사가 아니어도 누가 지방에서 일하고 싶어하느냐. 지역 소멸, 취업 문제 등 국가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봐야 할 문제이다. 단순하게 접근하면 끝없는 충돌만 발생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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