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최근 채권을 매도하고 현금 비중을 높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락하던 미국 국채 금리가 올해 들어 다시 상승하면서다.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행 시점이 3월 이후로 후퇴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장기채권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던 국내 투자자들의 고민도 커져가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이달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펀드 매니저를 대상으로 한 채권 할당이 지난달 대비 17%포인트 감소했다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설문조사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수단에 투자한 금액은 13%포인트 증가했다.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 올해 Fed가 금리 인하를 뒤로 미루고 횟수도 줄일 거라는 예상이 확산한 데 따른 결과다.
현금 비중을 늘리고 있는 주피터 펀드 매니지먼트의 고수익 채권 펀드 매니저 아담 달링은 “이번 달은 공격적으로 리스크를 쫓기보다는 리스크를 랠리로 매도하는 달”이라고 전했다.
미국 국채는 올해 들어 반등했다. 지난해 10월 한때 17년 만에 최고치인 5%를 돌파하기도 했던 미국 10년물 채권 금리는 Fed의 피벗(정책전환) 기대감에 지난해 3.860%로 마감했다. 하지만 미국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지난 19일 기준 연 4.130%,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한 2년물은 4.389%로 마감했다.
국채 금리가 오른 데는 금리 인하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글로벌 인사들의 매파적 발언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올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겠지만,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한 데 이어 18일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3분기까지는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금리 인하 횟수도 자연스레 줄어들 거란 분석이다.
채권 금리가 상승하면 반대로 가격은 하락한다. 뉴욕증시에 상장된 20년 이상 미국채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Shares ETF’(TMF)는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들이 사랑하는 ETF 중 하나다. 최근 이 채권 상품을 사들인 개인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1~19일 해외증권 가운데 TMF의 순매수 결제금액은 1781만2703달러에 이른다. TMF는 지난해 1주당 64.58달러에 마감한 뒤 지난 19일 15% 하락한 54.8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기대처럼 채권 금리가 다시 하락하더라도 레버리지 상품은 ‘음의 복리효과’ 탓에 손실이 여전히 있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하락한 미국 채권 상품을 추격 투자하는 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떨어지지 않거나,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지금보다 더 크게 폭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상선에 대한 공격이 인플레이션에 부채질한다면 각국의 중앙은행이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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