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보고서 발간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제도 보완해야"
스토킹처벌법이 피해자를 충분히 보호하고 있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하는 '긴급응급조치'나 '잠정조치' 등 조처의 강제력을 키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5일 경찰대 치안 정책연구소는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추가 스토킹 범죄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스토킹 범죄 처벌법상 피해자 보호를 위한 경찰의 실효적 대응’ 보고서를 발간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어기는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해당 보고서는 추가 스토킹 범죄를 막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긴급응급조치는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 100m 이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와 전기통신 수단을 이용한 접근을 금지하는 조치다.
현행법은 긴급응급조치를 어길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과태료 처분은 형사 처벌과 달리 전과 기록이 남지 않는다. 과태료를 내지 않더라도 이를 강제할 수단도 부족하다. 이 때문에 가해자들이 범행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돈 내면 그만 아니냐, 신고할 테면 신고해라' 등의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가해자를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가둘 수 있는 ‘잠정조치’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도 있다.
스토킹처벌법 제9조는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조항에 대한 잠정조치 기간을 2개월로,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하는 잠정조치 기간은 1개월로 한정한다.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잠정조치의 경우 두 차례씩 2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어 최대 6개월로 늘릴 수 있다. 보고서는 이마저도 재연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를 쓴 김학신 연구관은 “스토킹 가해자가 긴급응급조치를 고의적이나 의도적으로 위반할 경우에는 과태료 처분이 아닌 징역형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작년 6월 한 달간 스토킹 신고 건수는 1만4272건으로 법 시행 전인 전년 동월(3482건) 대비 약 4배 증가했다.
법이 시행된 재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1.0%(6030건 중 위반 662건)이었다. 같은 기간 잠정조치 위반율은 8.0%(1만2008건 중 955건)이었다.
최근에도 스토킹 범죄와 관련 재판 결과가 상당수 발생했다. 24일에는 경남 통영에서 공중전화를 이용해 자신의 앞집에 거주하는 여성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거나 차량으로 뒤따라간 교정직 공무원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1일에는 이혼한 아내에게 접근금지 조치를 받고도 수백통의 문자를 보내며 스토킹한 60대 남성이 실형에 처했다.
관련 범죄가 늘어나자 지난 11월 각 범죄에 대한 양형(형벌의 정도) 기준 등을 설정하는 대법원 산하 독립기구인 양형위원회(양형위)의 스토킹범죄 권고형량을 넓히는 범위안을 심의했다. 양형위는 흉기 등 휴대 스토킹범죄와 일반 스토킹범죄 모두 ‘특별조정 가중영역’의 경우 법정형 상한까지 권고 형량을 넓히기로 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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