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이후 처음으로 12월 25일 성탄절
‘탈러시아’ 일환…“문화적 정체성 되찾는다”
우크라이나가 100여년 만에 처음으로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진행해온 ‘러시아 영향력 지우기’의 일환이다.
23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은 우크라이나가 1917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부터 12월 25일에 성탄절을 기념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관련 법안을 지난 7월 도입했다.
성탄절은 통상적으로 12월 25일이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 정교회를 믿는 일부 국가는 매년 1월 7일을 성탄절로 기념해왔다. 정교회에서는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양력 달력인 그레고리력(Gregorian Calendar)이 아닌 율리우스력(Julian Calendar)을 전통적으로 사용한다. 율리우스력은 그레고리력보다 매년 약 11분 14초가 늦기 때문에 13일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해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에서는 러시아 정권을 지지하는 러시아 정교회에 대한 반감이 커졌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교회는 지난해 각 교구의 결정에 따라 12월 25일에도 성탄 미사를 드릴 수 있게 허용했고, 올해는 법적으로 성탄절을 12월 25일로 변경한 것이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종속된 문화권으로 보는 시각이 팽배하다. 실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전쟁을 일으키기 직전인 지난해 2월 21일 대국민 연설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항상 러시아의 일부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우크라이나에서는 ‘문화 전쟁’ 차원에서 ‘탈러시아화’가 강력하게 추진돼 왔다. 러시아가 수 세기 동안 추진해온 정책들을 폐기하고 자국의 고유한 문화적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조치라는 게 우크라이나 정부의 주장이다.
대표적으로 2022년 7월 발효된 ‘우크라이나어의 국가어 기능 보장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이는 러시아어와 소수 민족 언어의 사용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치다. 공공 기관과 지방 정부, 교육 기관, 병원·서비스 부문에서 우크라이나어만 사용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벌금이 부과된다.
지난 8월에는 수도 키이우에 설치된 61m 높이의 거대한 여성 전사 동상인 ‘모국의 어머니상’에서 구소련의 상징인 망치와 낫 문양을 제거하고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삼지창 문양으로 바꾸기도 했다.
모국의 어머니상은 옛 소련 시절인 1981년 2차 세계대전의 승전을 기리기 위해 설치된 기념물이다. 우크라이나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뒤 1992년 2월 삼지창 문양을 독립 우크라이나를 상징하는 문장으로 채택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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