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친이계 대거 참석
서예전서 광주 고교생 편지 내용 소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3일 서예전을 열고 "3만불 국민소득에 걸맞은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양재동 한전아트센터에서 개최한 생애 첫 서예전 '스며들다' 개막식에서 "나는 이 지구상에서 중동 사막, 시베리아 벌판 등 안 가본 곳이 없다. 험난한 과정을 다 봤다"면서 "그러나 국민소득이 3만불이 되면 노사, 정치도 바뀌는 것을 확실히 봤다"고 이같이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어 "예외가 딱 하나 있다. 대한민국"이라며 "이 훌륭한 나라에, 국민소득에 걸맞지 않은 노사문제, 정치문화 이런 것들이 잘 바뀔 수 있도록 우리 국민 모두가 합심해 나라 걱정하는 마음으로 잘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업인들은 다 존경할만한 분"이라며 "나라가 어려울 때 애국이 다른 게 있겠나. 기업이 잘 돼야 문화와 체육도 꽃을 피운다. 결국은 경제와 기업이 잘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당시 '광우병 사태'를 회고하고, 교도소 복역 시절 받은 고등학생의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 취임 한 달 후 광우병 사태가 터졌다. 미국 소고기를 먹으면 광우병이 걸린다고 해서 국민을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이 광화문에 나왔다"며 "나는 직업 정치인 출신도 아니고 기업인 출신이니 광화문에서 냅다 지르면 그 자리에서 내려올 거라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광주에 있는 고등학생이 작년 12월 '초등학교 다닐 때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소고기를 수입해 우리를 다 죽이려고 한다고 생각했고, 선생님이 토요일만 되면 학생들을 광화문까지 데리고 가서 고등학교 때까지 대통령님을 원망했다'는 편지를 보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 학생이) '이제 모든 걸 깨달았기 때문에 사과의 편지를 쓴다. 평생 흔들리지 않을 거다, 존경한다. 부모님은 제가 이렇게 하는 걸 모르고 학교에서 인사하던 선생은 미국 소고기를 잘 먹는 걸 보고 놀랐다'고 써놨다"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은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그 학생의 편지를 받고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겠다'고 생각했다. 진실을 깨달은 젊은이가 있다"며 "나는 '그런 정신으로 살아가면 많은 고초를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꺾이지 않고 올바른 생각을 계속 가지면 언젠간 너는 큰 뜻을 이룰 것'이라고 답장을 썼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오지(교도소)를 갔다 왔는데 붓을 들고 분노와 미움, 이 모든 것들을 기도하고 서예하며 마음을 달래 따뜻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개막식에는 부인 김윤옥 여사와 이재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맹형규 이명박재단 이사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옛 친이(친이명박)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국민의힘 권성동·김학용·조해진·윤한홍·이달곤·박정하·김병욱 의원과 이은재 전 의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 등도 자리했다.
오는 21일까지 열리는 서예전에는 이 전 대통령이 퇴임 후 10년간 쓴 작품 97점이 전시됐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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