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첨예해 레드라인 흐려져
美, 강한 라이벌 中과 대항 시행착오
中, 베스트팔랜후 외교정립 불안
중진국, 안미경중 딜레마 해결 위해
안으론 회복탄력성, 소다자주의 중요
미·중 경쟁이 첨예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과 양자, 3자 및 4자 협력 등 다양한 형태의 소(小)다자주의(minilateral cooperation)가 복합위기를 해결하는 데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소다자주의는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대체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무역 및 외교 분야에서 소수 국가들이 긴밀히 협력하는 관계를 지칭한다. 한정된 기간 내에 구체적 이슈 해결을 위해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협력 메커니즘으로 설명된다.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포함해 호주·미국·영국의 3자안보파트너십인 오커스(AUKUS)나 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인 참여하는 쿼드(QUAD) 형태의 구상이 그 예다.
11일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서울 인티콘티네탈 호텔(코엑스)에서 개최한 ‘글로벌 복합위기의 전략적 위험 완화’ 세미나에선 이같은 주장이 나왔다.
리스로트 오드가르드 노르웨이 국방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중국간 경쟁의 한계선이 모호한 상황에서 나머지 국가들의 전략동맹이 불분명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충돌을 어느 선까지 할 수 있는지 시험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이는 다른 나라들이 어느 한쪽을 선택할 수 없게끔 동맹패턴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했다. 메디슨 리치 한국외대 교수는 “미국도 이런 라이벌에 대항한 적이 처음이었고, 중국은 베스트팔렌 조약 이후 생겨난 ‘주권 국가’체제에서 대등한 상대로 외교를 진행한 것이 처음이어서 두 강대국이 계속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에서 오커스, 쿼드, 한미일·미일호 삼각안보협력체제 등 미국의 동맹국·협력국을 포함하는 소다자주의는 중국이 무질서를 이용해 분쟁을 일으킬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의미도 있다는 게 리치 교수의 설명이다. 리치 교수는 “이는 증가하는 소다자주의 협의체에 세계질서 유리를 위한 책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도 “중단기적으로 미중 위기 방지를 위한 최선의 협력도구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중진국의 입장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선 국력을 다지고, 소다자주의를 강화하는 전략을 취할 수 밖에 없다는 언급도 나왔다. 토마스 윌킨스 시드니대 교수는 “소다자주의는 그 수준이 다양할 수 있는데 일본에 항공자위대를 호주에 순환배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전략적 협력의 수준을 진지하게 강화할 수 있다”면서 “이런 실례가 한국과 같은 중진국에게 주는 함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오르가드르 노르웨이 국방연구소 교수는 소다자주의 전략 성공사례로 EU를 꼽았다. 특히 애틀란타 전략을 수행했던 사례도 제시했다. 애틀란타 전략은 소말리아 해적을 퇴치하기 위해, 아프리카의 뿔과 서부 인도양의 해안 밖에서 시행됐던 EU의 반(反)해적 군사 작전이다. 그는 “해양 외교는 인구 밀집도가 높은 정치중심지와 상관이 없어서 레이더망에 포착되지 않고, 유연성이 있다. 정치적 우선순위의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중 경쟁의 레드라인이 모호한 상황에서 불안정한 동맹 패턴이 생겨날 수 있는데, 이럴 때 소다자주의는 빠른 의사결정에 주효할 수 있다”고 했다.
구채은 기자 fakt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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