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가 베트남에 반도체 생산 거점을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 생산 시설을 다변화하는 작업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10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베트남 기획투자부가 주최하는 반도체 협력 회의 참석을 위해 하노이를 찾았다. 이날 회의에는 베트남 IT 대기업인 FPT와 전기차 기업 빈패스트의 모회사 빈그룹, 베트남 최대 이동통신사 비에텔모바일 등 현지 기술 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회의 안건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베트남 반도체 산업 활성화와 베트남 기술 기업과 엔비디아와의 잠재적 파트너십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정부는 황 CEO의 말을 인용해 "엔비디아는 베트남을 중요한 시장으로 여기며, 베트남에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거점을 설립하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을 방문 중인 황 CEO는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를 만나 이 같은 의사를 밝혔다고 베트남 정부는 전했다. 베트남 저부는 황 CEO가 찐 총리와 회담한 뒤 "(엔비디아가 설립할 거점은) 베트남의 반도체 생태계와 디지털화 발전에 기여할 전 세계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곳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간 갈등에 따른 기업들의 탈(脫)중국 행보로 인해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떠오르고 있다. 베트남 정부도 반도체 설계와 제조 허브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베트남에는 미국 반도체 업체인 인텔을 포함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조립공장이 있다.
엔비디아도 베트남의 주요 기술 기업과 협력해 클라우드, 전기자동차, 의료 산업의 인공지능(AI)화에 나서고 있다. 황 CEO는 지난 동남아 방문 때도 베트남에 반도체 기지를 설립할 의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엔비디아는 이미 베트남에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한 상태다.
미국 정부 차원에서도 베트남과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미 정부는 최근 베트남 정부와 스마트폰과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희토류 공급 협력 강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지난달에는 베트남과의 관계를 ‘포괄적 동반자’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했다. 미국은 2013년 베트남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은 뒤, 다음 단계인 전략적 동반자 과정을 건너뛰고 한 번에 외교관계를 두 단계 높였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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