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후보자가 선거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행위는 공직선거법이 예비후보자에게 허용한 사전선거운동 방법인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문언상 '착용'을 몸에 지니거나 휴대하는 것으로까지 확대해석할 수 없는 데다가 공직선거법상 금지되는 사전선거운동을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규정인 만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강무길 부산시의원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강 시의원은 지난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부산 해운대구청장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뒤 노상에서 선거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든 채 선거운동을 했다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공직선거법 제59조(선거운동기간)는 '선거운동은 선거기간개시일부터 선거일 전일까지에 한하여 할 수 있다'라고 규정, 사전선거운동을 금지하면서 같은 조 1호에서 '예비후보자 등이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60조의3(예비후보자 등의 선거운동) 1항 5호는 '선거운동을 위하여 어깨띠 또는 예비후보자임을 나타내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를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되는 사전선거운동의 유형으로 정하고 있다.
강 시의원 측은 재판에서 "착용이란 표지물을 몸에 지니는 행위를 포함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2심 법원은 유죄를 인정해 강 시의원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상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는 '표지물을 입거나, 쓰거나, 신는 등 신체에 부착하거나 고정하여 사용하는 행위'라고 보아야 한다"라며 "단순히 표지물을 신체의 주변에 놓아두거나 부착·고정하지 않고 신체 접촉만을 유지하는 행위, 표지물을 양손에 잡고 머리 위로 들고 있는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조항은 예비후보자가 어깨띠, 표지물을 통상적인 의미로 착용하는 방법을 넘어서서 이를 지니거나 휴대하는 방법으로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금지하겠다는 입법자의 의도가 반영된 결과"라며 "착용의 의미를 확장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되는 선거운동방법을 정한 공직선거법 제60조의3은 원칙적으로 금지되는 사전선거운동에 관한 예외이므로, 그 허용범위는 가급적 문언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 ▲문제가 된 조항은 2010년 법 개정 때 신설됐는데, 같은 시기 개정된 후보자의 선거운동방법에 관한 공직선거법 제68조 1항은 '어깨띠나 모자·티셔츠의 착용'만 허용하다가 법을 개정하며 어깨띠나 표찰, 마스코트 등을 '붙이거나 입거나 지니는 행위‘도 허용하는 것으로 확대한 반면, 예비후보자의 경우 '착용'만 허용되는 것으로 규정한 점을 들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제60조의3 1항 5호에 의해 예비후보자에게 허용되는 '표지물을 착용하는 행위'의 의미를 최초로 판시한 판결"이라고 밝혔다.
강 시의원은 해운대구청장 예비 후보자를 사퇴한 뒤 부산시의원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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