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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경영]우크라戰 원흉 푸틴, 중동 휴전 외치는 속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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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우크라 서방 지원 축소는 이득
중동전쟁 확전시 '석유' 이권 위협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 충돌완화와 휴전, 분쟁의 정치적 해결책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촉구한다. 가자지구에서 어린이들이 사망하는 것은 끔찍한 일이다"


[전쟁과 경영]우크라戰 원흉 푸틴, 중동 휴전 외치는 속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남아프리키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화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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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유엔에서 발표한 성명의 내용처럼 보이지만, 이 발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원흉이라 불리는 블라미디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한 말이다. 그는 최근 신흥국 경제협력 모임인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온라인 화상 회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휴전이 빨리 성사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과 서방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는 푸틴 대통령의 이중성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있지만, 그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해서 중동 평화를 외치며 러시아가 그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고 자처하고 있다. 이런 그의 행보는 현재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가장 득을 본 나라로 평가받는 러시아의 상황을 보면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다.


최근 미국 ABC방송은 우크라이나군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발발한 이후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지원이 30%가량 줄어들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도 자국의 전쟁이 잊힐 것을 두려워한다고 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원도 눈에 띄게 줄었다. 반대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멈추면서 글자그대로 기사회생한 상태다.


결국 러시아 입장에선 중동 전쟁이 오래 이어질수록 좋을 거 같지만, 막상 속내는 복잡하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장기화하고 혹여 확전이라도 되면 러시아의 중동 내 핵심이익이 모두 깨질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이후 시리아 내전에 깊숙이 개입했고, 시리아의 알 아사드 독재정권 수호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친이란계 무장단체로 주로 구성된 시리아 반군들의 진격을 러시아군이 막아주고 있다.


이러한 러시아 움직임의 배후에는 국제유가가 도사리고 있다. 러시아가 중동 내 친이란계 무장단체를 막아주면서 이란의 숙적인 사우디아라비아도 러시아와 친밀관계를 유지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서방의 각종 압박에도 사우디가 좀처럼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러시아를 OPEC+ 에서 축출하지 않는 이유도 이러한 암묵적인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교전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전으로 비화되거나 더 확대돼 ‘5차 중동전쟁’까지 발발한다면, 러시아의 중동 이익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 당장 친이란계 시리아 반군은 다시 규합해 알 아사드 정권을 위협해도 이제는 러시아가 파병할 여력이 없다. 알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기라도 하면 사우디와 러시아의 밀월관계에도 금이 가고, 전쟁 수행에 필수적인 석유가 직격탄을 맞게 된다.


결국 푸틴 대통령이 단순한 이미지 세탁을 위해 중동 평화를 외치는 것은 아닌 셈이다. 표면상의 외교적인 관계보다 훨씬 복잡한 내부사정과 역학관계들 속에서 국제외교가 움직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외교의 메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나라는 생존이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한창 국제무대에서 새로운 위상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있는 우리 정부도 지금보다 좀 더 노련한 외교전략을 펴기를 바라본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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