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은 대개 평생 동안 축적된 노화의 결과다. 한 사람의 가치관과 생활방식이 만성질환이나 통증의 패턴을 만들고 건강수명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노년내과 의사로서 질환 너머 환자의 삶 자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몸과 마음에는 탄성이 있기 때문에 한두 번 균형을 잃는다고 해서 건강히 완전히 망가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한 방향으로 치우쳐서 생긴 긴장과 비틀림을 20년, 30년, 40년 유지하면 그대로 굳어버린다. 드넓은 사막에서 미세하게 틀어진 방향으로 걷다 보면 처음에는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지만 나중에는 목적지와 한참 멀어지는 것과 같다. 오랜 시간 건강과 벌어진 간극을 좁히려면 문제의 원인을 찾고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다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고 노력하지는 않는다. 겉으로 드러난 불편을 약이나 건강식품, 마사지 등으로 손쉽게 덮으려 할 뿐이다. 그럴수록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더 큰 불편으로 달음질친다.
나의 주변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편안하지만 비뚤어진 자세로 앉아 책을 보는 아이에게 바르게 앉는 방법을 알려주면 바로 볼멘소리가 나온다. "힘이 들어요, 그냥 편하게 앉을래요." 하지만 당장 편한 자세를 유지하면 미래에는 제대로 앉을 수 없게 될뿐더러 오랫동안 온몸의 통증을 느끼며 살아야 한다.
(중략)
고통과 불편이 줄어들수록 좋다는 자본주의의 전제가 옳다면 지금쯤 모두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몰라야 한다. 하지만 전 국민 단위로 관찰했을 때 불편하게 몸을 사용해야 하는 정도를 반영하는 신체활동량은 점점 줄어들고 더 많은 양의 신체적 쾌락을 경험했음을 방증하는 복부비만의 정도는 빠르게 심각해지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더 구부정한 자세로 스마트폰을 보고 자극적인 음식을 탐닉하며 몸과 마음의 탄력을 잃어간다. 보상을 주는 자극을 끊임없이 쫓다가 화난 중년이 된다. 그다음에 남는 것은 오래 아픈 노년이다.
-정희원,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더퀘스트, 1만7800원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