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기 영업익 5% 감소
매출 성장률 18%→1%로 둔화
명품 최대 소비시장인 중국과 미국의 수요 감소로 인해 영국 명품기업 버버리의 매출 성장세가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16일(현지시간) 버버리는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전반기(4~9월) 영업이익이 2억2300만파운드(약 3587억원)로 전년 동기(2억6300만파운드) 대비 15%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업이익률은 19.5%에서 15.9%로 3.6%포인트나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 성장률은 전분기(18%)에서 1%로 둔화했다. 지역별 매출 성장률은 유럽·중동·인도·아프리카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각각 10%, 2%를 기록했지만, 북미 지역에서는 10% 역성장했다.
회사 측은 매출 성장 둔화에 대해 "중국에서의 성장 동력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의 대형 투자플랫폼 에이제이벨의 러스 몰드 투자 디렉터는 미국에서의 매출 감소세가 두드러진 것에 대해 "버버리가 북미 지역에서 최악의 실적을 냈다"며 "북미 지역에서의 매출 반등을 이뤄내는 것이 버버리의 향후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버버리는 실적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명품 수요가 둔화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다"면서 "내년 실적 목표치를 충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앞서 버버리는 내년 영업이익 목표치로 5억5200만~6억6800만파운드를 제시했었다.
조나단 아케로이드 버버리 최고경영자(CEO)는 "거시경제 환경이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지금과 같은 매출 악화가 지속된다면 올해와 내년도 매출 목표치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 우려 등의 여파로 명품에 대한 소비 지출이 줄면서 전 세계 명품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달 프랑스 명품기업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는 올해 3분기 매출액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9%로, 전 분기(17%)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권 매출 성장률은 전분기 34%에서 3분기 11%로 줄었다.
회사 측은 매출 성장률이 꺾인 것에 대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명품 소비자가 지출을 줄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장자크 귀오니 LVMH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이달 중추절과 국경절이 낀 긴 '8일간의 황금연휴' 기간 중국 매출이 예상만큼 올라오지 않았다고 짚었다.
실적 부진에 주가도 내림세다.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버버리 주가는 이날 11.15% 급락한 1550파운드에 거래를 마쳤다. 올 들어 버버리 주가는 30% 가까이 빠졌다. 프랑스 파리 증시에 상장된 LVMH 주가도 이날 2% 가까이 하락했다. LVMH 주가는 올해 7월 고점(892.30유로) 대비로는 21% 내린 상태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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