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연속 여성에게 접근해 만남을 요구하거나 휴대전화로 촬영을 한 70대 남성을 스토킹처벌법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개별적으로 스토킹행위에 해당하더라도 스토킹범죄로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가 이뤄졌다는 점이 입증돼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박병곤 판사는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74)에게 "공소사실 범죄에 대한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각 행위는 피해자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는 스토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지속적 또는 반복적'이라는 요건을 갖추지 못해 스토킹범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5월2일 버스정류장에서 피해자 B씨(40)에게 접근해 팔꿈치를 치며 "커피를 마시자"고 말하고, 이튿날에도 같은 장소에서 B씨에게 접근해 휴대전화로 그를 4회 촬영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A씨가 B씨의 의사에 반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불안감·공포심을 일으키게 하는 스토킹행위를 했다고 보고 A씨를 벌금 3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A씨는 이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스토킹범죄라고 표현된 A씨의 행위는 하루 간격으로 두 차례에 걸쳐 접근한 것으로, 이것만으로는 대법원 판례상 일련의 지속적 또는 반복적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스토킹처벌법 제2조(정의) 1호는 스토킹행위를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일정한 행위를 해서 상대방에게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하며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상대방등의 주거, 직장, 학교, 그 밖에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상대방등에게 우편·전화·팩스 또는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물건이나 글·말·부호·음향·그림·영상·화상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등 여러 유형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조 2호에서 스토킹범죄에 대해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스토킹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18조(스토킹범죄) 1항은 '스토킹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 개개의 스토킹행위를 처벌하지 않고, 지속적 또는 반복적으로 이뤄진 스토킹행위, 즉 스토킹범죄를 처벌하는 조항만 두고 있다.
한편 검찰은 공소장에 A씨가 이 사건 행위 이전에도 B씨에게 접촉했다는 사실을 담기는 했다. A씨가 지난해 3월 중순 처음 B씨와 마주쳐 연락처를 알게 됐고, 이후 4월 중순까지 모두 11차례에 걸쳐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이다.
당시 B씨는 "이런 연락 너무 불편하다. 앞으로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명시적인 거부 메시지를 보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이 이 같은 내용을 공소장에 '구체적인 범죄사실'로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검찰은 공소사실에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는 내용만 개괄적으로 나타냈을 뿐 구체적 내용을 특정하지 않았다"며 "이는 뒤에 이어지는 행위(스토킹)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한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한 내용일 뿐 구체적인 범죄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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