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등록 늘면서 유기견 감소
견주 거부감·부담도 여전
쉬운 입양절차…"교감 시간 있어야"
반려견 유실 및 유기 방지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부터 '동물등록제'가 운영되고 있지만, 여전히 해마다 수만마리의 반려견이 유기되고 있다. 반려견 등록에 부담과 우려를 느끼는 견주들의 등록을 유도할 수 있는 지원책 마련과 함께 반려견 입양 단계부터 관련 교육을 강화하는 등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진행한 '2022년 반려동물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기견 3마리 중 1마리는 주인을 찾지 못하고 동물보호센터에서 생을 마감한다. 지난해 동물보호센터에서 자연사하거나 인도적 처리, 즉 안락사된 유기견 비율은 37.5%다. 유기견 안락사 비율은 늘었다. 지난해 전체 유기견 가운데 안락사된 비율은 22.1%로 전년(20.3%) 대비 1.8%포인트 증가했다. 농림부의 '동물의 인도적 처리 지침'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의 수용 능력, 치료 비용, 공격성 등을 사유로 유기동물을 안락사 대상으로 선정할 수 있다. 매년 1만7000마리가 넘는 유기견이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안락사되는 셈이다.
◆'동물등록제' 유기견 감소 효과…견주 부담은 여전= 생후 2개월 이상 반려견을 관할 지자체에 신고·등록하는 제도인 동물등록제는 유기동물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동물이 지닌 인식표를 스캔하거나 검색하면 소유주의 이름과 거주지 등을 찾을 수 있어 등록된 동물들은 금방 주인에게 돌아간다. 2014년 시행 후 5년 뒤인 2019년 반려견 누적 등록건수는 처음으로 200만건을 넘어섰고, 지난해 기준 누적 등록건수는 302만5859건이다. 동물등록제가 자리 잡으면서 유기견도 줄어드는 추세다. 2019년 10만2363마리였던 유기견은 2020년 9만2561마리, 2021년 8만4723마리, 지난해 8만393마리로 점차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당수의 견주들은 반려견 등록에 부담을 느끼거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농림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를 보면, 반려견을 양육하는 응답자(961명) 중 23.0%는 등록을 하지 않았다.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27.6%), '동물등록 방법 및 절차가 복잡해서'(27.1%)라는 응답이 많았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내장형 인식표의 경우 반려견 체내에 삽입한다는 측면에서 견주들이 거부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거부감을 줄이려면 우선 입양 단계에서 관련 교육을 들을 수 있도록 홍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현재 반려견 입양 전 교육은 농림부가 운영하는 '동물사랑배움터'에서 온·오프라인으로 진행되고 있다. 동물등록의 필요성뿐만 아니라 견종별 특징, 동물 분양이 가능한 경로, 필요한 물품 등도 알려준다. 김영환 동물보호단체 케어 대표는 "동물등록제를 알면서도 등록하지 않는 것은 동물을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며 "교육을 통해 동물등록이 가져오는 장점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등록을 유도할 실질적 지원책도 필요하다. 반려견에 내장형 인식표를 삽입하려면 인식표 가격 1만~2만원과 동물병원에서의 시술 비용 4만~5만원가량을 지불해야 한다. 국가동물보호정보시스템에서 동물등록 대행업체들을 검색할 수 있지만, 대부분 인식표 가격을 올려놓지 않아 견주들은 동물병원서 예상치 못한 시술 비용과 마주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 반려견 1만3000마리를 대상으로 1만원에 시술할 수 있게끔 지원하고 있지만, 이외 지자체들은 예산 등을 이유로 별도로 비용을 지원해주지 않는 상황이다.
◆입양에 걸리는 시간 30분…"교감하는 시간 필요"= 유기견 입양 절차를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은 보호소에 문의한 후 사전 질문지나 양식에 답변을 작성해 보내고, 현장을 찾아 필요한 서류에 서명 등을 하면 절차가 마무리된다. 유기견을 입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유기견과 견주 간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없어 집에서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골머리를 썩이는 경우가 많다. 심하게는 유기견들이 다시 유기되는 상황에 놓인다. 농림부 조사에서 반려동물 양육포기 또는 파양을 고려한 비율은 22.1%인데, 그 이유로는 '물건 훼손 및 짖음 등 동물의 문제행동'(28.8%)이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독일을 모범 사례로 지목한다. 유기견 재입양률이 95%에 달하는 독일은 동물보호센터에서만 반려견을 입양할 수 있는 국가인 동시에 그 절차도 엄격하다. 우선 일정 기간 3번을 방문해 유기견과 친해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단순히 친해지는 것을 넘어 반려견을 키울 의지가 있는지, 입양하려는 유기견에 문제행동은 없는지를 파악한다. 아울러 가족 구성원 모두가 입양에 동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족이 다 함께 동물보호센터에 방문해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이 입양 전 교육은 의무다. 임성규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 소장은 "동물보호센터가 입양 보낸 유기견을 사후 관리할 수 없기에 입양하는 순간부터 철저한 확인이 필요하다"며 "잠깐 지켜보는 것만으론 유기견의 모든 걸 알 수 없다. 3~6개월 정도 교감하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물등록과 유기견 관련 문제에 국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이진홍 건국대 반려동물법률상담센터 교수는 "반려견 가구가 늘어난 만큼 향후 5~10년간 유기견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 대비책이 필요하다"며 "무엇보다 유기견이 발생하지 않도록 반려견을 등록하지 않거나 유기하는 사람을 제재하고 유도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손질 역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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