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재현, 모방범죄 연관성 해석에 의문
"선정적, 사건현장 보여주는 방식 지양해야"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이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을 결심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온 가운데, 모방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신림역·서현역 등에서 흉기 난동 범죄가 발생한 이후 온라인상에선 '칼부림 예고글'이 유행처럼 번지기도 했다.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하나의 사건이 또 다른 흉악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모방 범죄 예방을 위한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림동 등산로 성폭행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은 최윤종이 4개월 전부터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다고 밝혔다. 최윤종은 지난 4월 범행에 사용한 절체 너클을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입하고, 범행 장소가 있던 등산로를 수십회 답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최윤종은 지난해 5월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무차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를 접하고 피해자를 기절시킨 뒤 폐쇄회로(CC)TV가 없는 곳에서 성폭력 범행을 저지르기로 계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벌어진 사건을 통해 범행을 계획했다는 구체적인 진술이 나오면서 모방 범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은 어느때보다도 높다. 일각에선 범죄 보도가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전문가는 범죄 보도가 모방 범죄가 발생하는 데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마음속 비뚤어진, 오로지 성적 욕구에 차 있는 머릿속 생각 때문에 범죄가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최윤종이 그렇게 이야기를 하더라도 반드시 보도가 범죄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승 연구위원은 최윤종은 오랜 시간 사회와 단절돼 은둔생활을 한 점을 언급하며 "자기만의 성을 쭉 쌓아 올라가는데 그 성이 잘못되었다고 누구도 그 부분을 지적해 줄 수 없다 보니, 어느 순간 그 성에 매몰되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며 "왜곡된 성인지가 계속 올라가다 어느 순간 부산 돌려차기(사건 같은 보도를) 보고 이거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범죄 보도와 관련해 "어떤 특정 사건이 모티브가 돼서 또 다른 사건이 일어난 것에 대해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보도는 해야 하는데, 이런 정말 심각한 고민이 있다"며 "이야기는 하되 선정적이고 사건의 현장을 제대로 보여주는 방식은 지양하고 제도 개선의 측면, 미래지향적인 이야기를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주희 기자 kjh81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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