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동안 올랐던 임금 '버블' 꺼져
IT업계 초임 17%↓…보험·재정은 강세
"임금상승률, 물가상승률 못 따라갈 것"
미국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크게 올렸던 근로자들의 임금을 다시 내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임금 상승과 일자리 천국’ 시대는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같이 밝혔다. 3년간 구인난에 허덕이던 기업들이 팬데믹 이후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WSJ이 미국의 구인·구직 플랫폼 '집리크루터'에서 웹사이트에 올린 2만여개의 신규 일자리 1년 차 연봉을 분석한 결과, 평균 임금이 지난해와 비교해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평균 임금을 하락시킨 주 업종은 정보통신(IT) 업계였다. IT 업종의 신규 근로자 초임은 2021년·2022년에 비해 17%가량 하락했다. 배달·택배·운송·보관 서비스업종과 연예 오락산업, 제조업의 초임 하락률은 각각 -15%, -12%, -10%로 나타났다.
WSJ은 “이 같은 현상은 팬데믹 기간 신규 고용률과 임금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첨단 IT 업계, 배달·택배·운송·보관 서비스, 제조업 분야에서 두드러진다”고 전했다.
팬데믹 기간 미국의 노동시장은 과열되는 양상을 보였다. 구직자보다 근로자를 채용하려는 기업이 훨씬 많아졌던 탓이다. 올해 1월 미국의 실업률은 3.4%를 기록하면서 1969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비대면·비접촉 문화가 확산하면서 재택근무가 늘어났고, 정규직보다 파트타임이나 비정규직 일자리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특히 IT 업계는 구인난으로 인해 임금을 큰 폭으로 올려 신규 인력을 대거 확충했다. 배달과 택배 서비스업도 유사하다.
다만 재정·보험업 분야는 2021년·2022년에 비해 약 3% 상승했으며, 건강서비스 분야는 무려 22% 이상 임금이 올랐다. IT 업계가 임금 하락 국면인 것과 비교할 때, 전통적으로 임금이 높은 보험·재정·건강서비스업의 강세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줄리아 폴락 집리쿠르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노동부는 이달 근로자 임금상승률이 5.7%로 여전히 플러스 상태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그건 신규 취업자가 전체 근로자의 4%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신규 채용과 초임 상승률이 하락세라고 시사했다.
WSJ은 “불황이 예상됐던 미국 경제는 여전히 좋은 상태지만, 노동시장에서 더는 ‘버블’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면서 “조만간 물가상승률보다 임금상승률이 낮아지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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