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멈췄던 강남권 분양이 올 하반기 물꼬를 튼다. 강남권 분양은 지난 2021년 6월 분양해 내달 입주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가 마지막이었다. 최근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분양가도 덩달아 오른 가운데 강남권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어느 때보다 이목이 쏠린다. 주변 시세와 비교해 수억 원의 차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금 부자들만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지만, 상한제가 없는 지역과 비교해 분양가가 큰 차이 없다면 강남권 분양 단지에 도전해볼 만하다.
◆'청담 르엘' 등 강남 3구서 2000가구 이상 일반분양
올 하반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에서는 보기 드문 큰 장이 선다. 5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 기간 9개 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전체 1만1546가구 중 2364가구가 일반분양 물량이다.
이 중 강남구 청담동 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청담 르엘'이 대어로 꼽힌다. 청담 르엘은 최고 35층, 9개 동, 1261가구로 지어진다. 일반분양은 176가구다. 강남구에서 2020년 7월 이후 3년여 만에 이뤄지는 민간 분양이다. 지난해부터 분양이 미뤄져 온 대치동 '디에이치대치 에델루이' 282가구(일반분양 79가구)도 있다. 도곡동에는 삼호아파트를 재건축한 '래미안 레벤투스' 308가구(일반 133가구)가 분양 대기 중이다.
서초구에서는 잠원동 '신반포 메이플자이'가 최고 35층, 29개동, 3307가구 규모로 들어선다. 방배동은 방배6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원페를라' 1097가구(일반 465가구), 삼익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아크로 리츠카운티' 707가구(일반 141가구)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651가구(일반 292가구)도 빼놓을 수 없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송파구에서도 2개 단지가 분양을 앞두고 있다.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신천동 '잠실 래미안 아이파크' 등이다. 각각 1265가구(일반 296가구), 2678가구(일반 578가구) 규모다. 신천동 '잠실 르엘'은 내년 이후로 미뤄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기 용인보다 가격 경쟁력 있는 서울 분양 단지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3106만6200원으로 3개월 연속 상승했다. 올해 1월 3064만3800만원을 기록한 뒤 5개월 연속 3000만원대를 유지 중이다. 지난해 5월과 비교하면 10.11%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적으로는 11.77% 상승했다. 서울 평균보다 오름폭이 큰데 이는 물가 상승에 더해 정부가 연초 부동산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규제지역은 전국에서 강남 3구와 용산구뿐이다. 즉 4개 자치구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다는 의미다.
실제 경기 용인·광명 등에서 국민 평형(전용면적 84㎡) 기준 분양가가 10억원이 넘는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지난 5월 용인시 기흥구에서 분양한 'e편한세상 용인역 플랫폼시티'는 역대 용인 최고 분양가인 12억3500만원을 기록했고, 광명시 광명4R구역을 재개발하는 '광명 센트럴 아이파크'는 저층을 제외한 전용 84㎡ 분양가가 12억원 이상으로 책정됐다.
반면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지난 4월 분양한 '휘경자이 디센시아'는 전용 84㎡ 최고 분양가가 9억7600만원으로 10억원을 밑돌았다. 은평구 신사동에 공급된 '새절역 두산위브 트레지움'도 9억9000만원이 최고가였다. 1순위 청약에서 수십 대 1의 평균 경쟁률을 기록한 서울 지역 단지 분양가가 경기권보다 저렴한 것이다.
강남권에서 분양을 앞둔 단지도 예외는 아니다. 이달 분양 예정인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은 분양가가 3.3㎡당 3582만3906원이다. 인근 구축 단지의 3.3㎡당 매매가격이 4000만원 안팎인 것과 비교해 저렴하다. 무섭게 오르는 수도권 분양가 속에 시세보다 저렴한 강남권 분양 단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강남권 입지에 (대부분 정비 사업 단지인 만큼) 과정상 투입된 각종 비용 등을 고려하면 3.3㎡당 평균 분양가가 터무니없이 낮게 잡히진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주변 재고 단지에 비해선 시세 차익 이점이 있어 관심 있는 수요자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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