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상장 2021년 13개→2022년 6개로 반토막
개인 투자자 기본예탁금, 소액투자 전용 계좌 폐지
스케일업 펀드 올해 조성 완료 계획
코넥스시장은 신규 상장 수, 시가총액, 자금 조달 규모 등 양적인 측면에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질적인 측면에서 보면 아직 미흡하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 수는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다. 거래량과 개인 투자자 비중도 민망한 수준이다. '강소기업 육성'이라는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코넥스시장 개설 이후(2014년~2023년 6월 30일 기준) 약 9년 반 동안 코넥스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총 90곳으로 조사됐다. 연평균 9곳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해에는 6곳으로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하루에 단 1주도 거래되지 않은 곳(거래량 0)은 볼빅 등 24개 기업에 이르렀다. 전체 상장사의 19.0%는 거래가 없는 종목이다. 코스피와 코스닥은 한 달 거래량이 2만주 미만이면 '저유동종목'으로 분류돼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초기 중소·벤처기업에 이런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도 코넥스시장이 얼마나 침체하여 있는지 잘 나타난다.
일평균 거래대금도 감소하고 있다. 2013년 3억9000만원에서 2014년 48억원으로 늘었다. 그러다 2019년 24억6000만원, 2020년 51억8000만원, 2021년 74억1000만원, 2022년 22억4000만원, 2023년(5월 기준) 25억1000만원 수준으로 내려왔다.
외국인 투자자는 사실상 코넥스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코넥스 시가총액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말 0.18%에서 2023년 6월 29일 기준 0.79%에 그쳤다.
코넥스시장 문을 두드리는 기업도 급감했다. 시장 개설 후 2016년(50개)까지 적지 않은 기업이 코넥스를 찾았다. 그러나 2017년 29개, 2019년 17개, 2021년 7개, 2023년(5월 기준) 5개로 쪼그라들었다.
신규 상장한 기업보다 더 중요한 것이 이전상장이다. 이전상장은 코스닥으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 초기 중소·벤처기업이 코넥스에서 자금 조달로 규모와 내실을 키워 성장했다는 지표로 해석된다. 이전상장은 2021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전상장 기업은 시장 개설 이듬해인 2014년 6개에서 2021년 13개까지 늘었다. 그러나 2022년 6개, 2023년(5월 기준) 2개로 급감하는 추세다.
코넥스시장이 활력을 잃어가는 이유 중 하나로 접근성을 꼽는다. 원래 개인 투자자가 코넥스시장 주식을 매수하려면 3000만원 이상 기본예탁금을 유지하거나, 연간 3000만원까지만 투자금을 입금할 수 있는 소액투자 전용 계좌를 이용해야만 했다. 이런 규제가 투자자의 접근성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해 개인 투자자에 대한 기본예탁금 규제와 소액투자 전용 계좌 제도를 폐지했다.
한 비상장사 기업 대표이사는 "거래량도 미미하고 펀딩도 쉽지 않아서 사실상 코넥스시장 상장의 실효성이 없다"며 "지난해 거래소가 투자 허들을 낮췄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이미 비상장 투자나 장외시장 투자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코넥스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스케일업 펀드 조성도 늦은 감이 있다는 지적이다. 스케일업 펀드는 코넥스 상장사와 비상장사 등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해 결성이 완료됐다. 거래소, 한국증권금융 등 증권유관기관과 민간자금이 각각 500억원씩 출자해 총 1000억원 규모로 조성됐다. 올해도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이 예정돼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넥스시장은 기본적으로 코스닥에 입성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며 "코스닥 이전상장 후 '따상'을 기록한 이노진은 예외적인 케이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케일업 펀드를 스타트업·비상장기업 투자 붐이 일었던 2020년~2021년부터 조성했다면 자금이 코넥스시장으로 많이 유입됐을 텐데, 시기적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고 말했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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