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 커플' 사이에 생긴 트렌드
'시그니엘 서울' 월 평균 38회 예약
자본주의 최대 병폐를 보여주는 단면
결혼 전 5성급 고급 호텔에서 프러포즈를 하는 문화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 ‘스몰 웨딩’으로 불리는 작은 결혼식이 유행이었으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상황이 바뀐 것이다. 코로나로 좀처럼 멀리 여행을 갈 수 없게 된 고소득 청년 커플들이 5성급 호텔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하면서 생긴 트렌드로 분석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호텔 시그니엘 서울에서 운영 중인 ‘이터널 프로미스’ 패키지는 올해 5월 기준 판매량이 전년 실적 기준 70%를 넘어섰다. 이터널 프로미스 패키지는 한강이나 서울 시내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객실에 프러포즈 데코레이션, 플라워 햄퍼박스, 샴페인 등이 제공된다. 가격은 157만원으로, 객실 입구 주변 꽃길을 만들어주는 버진로드 옵션까지 추가하면 200만원을 넘어선다.
올해 이터널 프로미스 패키지는 월평균 38회 예약이 이뤄질 정도로 인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웨딩 수요가 올해 빠르게 회복되면서 해당 패키지도 덩달아 호황을 누리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업계와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혼인 건수는 5만3964건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590건(18.9%) 늘어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최상급 호텔 조선 팰리스에서 운영 중인 ‘타임리즈 로맨스’ 상품도 고객 문의와 예약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마찬가지로 시티뷰를 즐길 수 있는 객실 내 플라워 데코레이션과 와인 등이 더해지는 구성으로, 가격은 100만원이 넘는다. 조선호텔 관계자는 "프로포즈 패키지는 수요가 꾸준한 상품"이라며 "매주 고객 예약이 있고, 월평균 15건가량이 판매되고 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는 여행을 가 프러포즈를 하는 청년 커플을 겨냥하고 있다. 제주신라호텔은 연중 프로모션으로 운영하는 ‘로맨틱 프러포즈 데이’ 패키지를 통해 객실 내 풍선, 플라워 데코레이션, 꽃다발, 와인 등을 제공하고 있다. 가격은 100만원 미만으로 경쟁 호텔들 대비 비교적 낮은 편이며, 수요는 꾸준하다는 것이 호텔 측 설명이다.
호텔업계 측은 프러포즈 패키지 구성을 매년 리뉴얼해 새롭게 출시하고 있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해당 패키지에 대한 수요가 꾸준한 만큼 리뉴얼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프러포즈 사진을 찍어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즐기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성향도 호텔업계의 경쟁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지금 뜨는 뉴스
전문가들은 호텔 프러포즈에 대해 소득 양극화로 인한 자본주의 최대 병폐를 보여주는 단면이라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학과 교수는 "고소득층이 돈이 있다고 해도 자제할 줄 아는 소비 가치관이 없어도 너무 없다"며 "사회 구성원으로 반성이 필요한 부분으로 소비 가치관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