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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1945년 등단한 유진오는 이듬해 공산당에 입당하며 김광현·김상훈·박산운·이병철 등과 함께 <조선문학가동맹>의 정치적·문학적 활동을 이끈 '해방기의 신진 좌파 시인'으로 분류된다. 그가 군중집회에서 낭독한 <누구를 위한 벅차는 우리의 젊음이냐?> 등의 시는 전위적·선동적·투쟁적이며 정치적 신념이 강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그가 이념적 경향의 시만 쓴 것은 아니며, 애틋한 시적 감수성을 전통적인 서정으로 형상화한 작품들도 있다. 오늘 소개하는 시에는 어머니를 향한 시인의 그리운 마음과 안타까움, 슬픔과 불안한 감정이 절절히 담겨 있다. 글자 수 313자.
거칠은 손 부드러웁고
왼 얼굴이 홈초록이 주름살에 싸여
까만 눈알이 멀리 바라뵈는 곳에
어머니 당신의 아들은 있오이다
깨끗한 새옷을 입히고 싶어하는
아들은 아직도 누추하다고
어머니 당신의 눈은 따라옵니까
갓 스물도 두어해 전
때묻은 바느질 그릇 옆에 아들은 있지 않었습니다
그때부터 당신의 눈은 바라만 보는 습관(習慣)이 들었지요
머리칼이 하얗게 시었어도
열여덟 새새악씨 그때보담도
부엌일은 자꾸만 서투르신데
바라보는 습관(習慣)은 익숙해지십니다
꿈자리에서도 그렇게 바라만 뵈신다구요
어머니-
당신의 눈에 깃드린 불안(不安)한 표정(表情)은
언제나 가셔질가요
-유진오, <어머니>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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